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인을 물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인기 시인인 나태주, 용혜원, 이정하의 시와 짧은 글을 모은 책이다. 

세 시인이 EBS FM 프로그램 '시 콘서트'의 한 코너인 '마음을 읽는 시 테라피' 출연진이라고 한다.

라디오를 잘 듣지 않아서 그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세 시인이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들려주었거나 앞으로 들려줄 시와 글을 담은 책이라서

엄선된 시로 위로받을 수 있어 참 따뜻하고 좋았다.

책 제목은 나태주 시인이 병원 생활하던 때 쓴 시 <부탁>의 한 구절이다.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보통 건강한 사람의 염증수치는 0.3이하인데 20을 치솟아 패혈증 직전까지 갔었는데

염증수치가 심리적 영향을 받음을 각성하고 <부탁>이란 시를 쓰게 되었다는데

아내가 곁에 없으면 염증수치가 올라갔다니 그야말로 절박하고도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시였다.

워낙 유명한 시인들이라 하나하나가 반갑고 좋은데 배경으로 나오는 정겨운 그림과

어우러져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져서 좋았다. 천천히,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음미하게 되는

프로그램 이름이 왜 마음을 읽는 시 테라피인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유다."라고 말한 톨스토이의 마음을 담은

시인의 시처럼 삶이란 바다에 잔잔한 파도를 느끼며,

삶이랑 들판에 거세지 않게 가슴을 잔잔히 흔들어 놓는 바람이 불고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자며

맘껏 사랑하며 살자고 싱긋 웃게 되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만드는 기분좋아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