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 선수가 우리 삶에도

유도의 기본 기술인 낙법과 같이 인생낙법이 필요하다고 전해주는 책이었다.

유도에서 상대를 메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잘 넘어지는 연습부터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낙법을 사용하면 다치지 않게 넘어지고 넘어진 후에도 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안 넘어지려고 기를 쓰는 대신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유도에서 낙법을 친 다음에 벌떡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천천히 일어나 도복을 단정하게 정리하는데

‘잘 넘어지는 일’과 ‘잘 일어서는 일’ 사이에는 ‘그리고’가 필요하단다.

‘그리고’는 넘어져서 입은 상처와 통증을 찬찬히 바라볼 여유인데

왜 넘어졌는지에 대한, 다시 넘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일어서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해야 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넘어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부상을 최소화하면서 넘어질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참 솔직하고 유쾌했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도 아쉬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자신의 인생의 결승선도, 마침표도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이 젊은이가 참 멋있었다.

아무리 크고 중요한 사건도 긴 인생을 놓고 보면 마침표가 아니라는 사실,

꿈과 현실, 쉼표와 마침표, 결승선과 출발선...

삶은 마라톤이라는 명언에 내 삶은 왜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냐로 절망한다면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게임이라도 우리에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짐을 말해주고 있었다.

러밍머신 위에서 매일 반복되는 삶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초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라톤에는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실패이지만 러닝머신 위에는 결승선 자체가 없으므로

내 체력에 맞게 내가 원하는 때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삶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는

동메달보다 '최장 시간 경기를 치러낸 선수'라는 타이틀이 더 자랑스럽다고 했다.

자신이 최선의 노력으로 지켜낸 모든 경기가 쌓여 만든 자신의 유일무이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필살기가 없는 것을 자신의 필살기로 만든 멋진 선수의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일어서는 방법 좋았다.

조준호,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