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해야 하는 것인가?

예전에 손철주의 책을 한 번 읽었다고 그림이 친숙하다.

그림을 보는 순간 예전에는 전혀 낯설던 그림에서

아, 이 그림 누가 그린 거 아니었던가? 이 화가가 그랬다고 했지 하고 고개가 절로 끄덕끄덕 ^^

역시...사람은 배워야 한다.

 

답답할 때, 생각하기 싫을 때, 만사가 귀찮을 때 그림 한 편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예술의 힘은 참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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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의 <내연산 삼룡추>도 물 소리 콸콸하다. 돌산이 압도적인 기세를 자랑하지만 이 그림에서 산은 오히려 물에게 길을 내어주는 존재다. 오로지 물을 드러내기 위해 산이 등장한 것이다. 몇 구비를 돌아 나온 물길은 직하하는 폭포보다 격렬하다. 역시 듣는 그림이다. 정선의 위대함이 거기에 있다. 그는 물 소리가 화면 밖으로 터져 나오도록 대상의 청각화에도 성공한 것이다.  폭포 소리는 왜 듣는가. "처마 끝의 빗소리는 번뇌를 멈추게 하고, 산자락의 폭포는 속기를 씻어준다." 명나라 예윤청의 말이다. 그렇다. 졸졸 달리는 시냇물이든,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든, 물은 흐르기도 하거니와 소리치기도 한다. 창랑에 흐르는 물로 갓끈을 씻고 발을 씻듯이 정선의 소리치는 박연폭포와 내연산 삼룡추는 세상의 속기를 씻는다.  마지막으로 '노니는 물'이다. 정선의 제자인 현재 심사정이 그린 <선유도>는 체험하는 물, 육박하는 바다를 그려 보인다. 화면은 바닷물에 흥건히 젖었다. 노한 바다는 조각배를 집어삼킬 듯 소용돌이친다. 사공이 젓는 노는 파도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두 선비는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들끓는 바다를 즐긴다. 이쯤 되면 선비의 배포가 바다만하다. 그들의 턱없는 낭만성은 파도가 험난할수록 증폭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바다로 나아가 본 사람은 안다. 인간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 저어도 저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은 감득하기 어려운 삶의 지평인 양 아득하다. 살아 있는 자의 절망은 바다에서 더욱 깊어진다. 그러나 또 어찌하랴, 살아 있는 동안은 저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을. 그리하여 '노니는 물'은 처한 자의 심상에 따라 낭만적 유희로도, 절망적 도전으로도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페이지 :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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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치바이스에게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걱정하게 만들었지만 어떤 그림이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지를 알게 했다. 그는 "말을 하려면 남들이 알아듣는 말을 해야 하고, 그림을 그리려거든 사람들이 보았던 것을 그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치바이스의 화실을 둘러본 적이 있는 화가 김병종은 자신의 여행기에서 이렇게 적었다. "더 자극적인 것, 더 새로운 것을 좇는 우리 눈의 버릇은 미술판이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 옛 대가 치바이스가 이룬 세계 또한 오늘의 화학생들에게는 한갓 시골풍의 옛 그림으로 비쳐지는 것은 아닐까요." 치바이스가 그린 '시골풍의 옛 그림'은 그러나 배부른 추억을 가진 자는 결코 그릴 수 없는, 빈천한 자를 위로하는 그림이다. ... 삶의 순환도 계절의 무상함처럼 영고성쇠의 가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추억은 지워지지 않아 뒤에 올 사람을 따뜻하게 쓰다듬는다. 시골뜨기 목수 출신 화가 치바이스의 그림에서 피어오르는 향내는 추억의 고슨내다.
페이지 : 104-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