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래서 집어든 책인데 역시나 불친절하다.^^;

작가가 미리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라고

그림에 대한 친절한 해설은 없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해박한 작가가 언급하는 작가들의 대표작이라는 것들을

나 같이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의 경우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많아서 선뜻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는 아주 불친절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작품은 어떤 걸까 하는 호기심이 절로 생기니 뭐 괜찮은 것도 같다.

다른 책을 통해, 아니면 미술관에서 '아~그 때 말한 작품이 바로 이거구나.' 뭐 이렇게 알아보게 되는 것도 괜찮지 않나?

그래서 불친절하지만 그렇게 기분 나쁜 책은 아닌 듯 하다.

다소 냉소적인 어투 때문일까? 아니면 서양사에 편중된 우리네 의식에 대한 씁쓸함이 미술사에서도 느껴져서 그럴까?

그림에 문외한인 내게도 서양 화가들의 드라마틱한 삶이나 작품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본 듯한 느낌이 있는데

우리나라 화가들의 작품은 커녕 그들의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경우가 많아서 괜시리 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포니즘의 물결을 치밀하게 계획한 일본의 상술을 넘어선 문화전략에 정말 무서울 정도로 치민한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우리의 문화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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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서로 보자면 색은 곧 인간의 마음이었다....(중략) 흔히 우리 나라 전통색은 음양오행의 우주관에 근거를 둔다고 한다. 이를테면 다섯 가지 정색과 다섯 가지 간색이 그것이다. 동서남북과 중앙을 뜻하는 오방색이 그런 이치에서 태어났다고는 하나, 서민의 정감에 파묻힌 생활의 색감정은 정작 그렇게 거창하지 않을 뿐더러 살푹 애틋하기까지 하다.  샛노란색을 중앙에 두고 동쪽의 새파란색, 서쪽의 새하얀색, 남쪽의 새빨간색, 북쪽의 새까만색 등이 모여 이룬 오방색. 그러나 이 색들이 우리네 세상살이 안으로 들어올 때는 어떤가. 가을날 잎진 감나무에 걸린 달랑 한 개의 까치밥 홍시는 붉은색, 홍시 뒤로 펼쳐딘 가을하늘은 쪽색, 하늘에서 헤엄치는 뭉게구름은 흰색, 구름을 쳐다보는 농부의 긴 그림자는 까만색, 농부가 사라진 가을 들녘은 누른색...  바로 촌색시의 순정 같은 우리네 색 이야기이다.
페이지 :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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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순간에 초월의 경지로 나아가는 그림이 수묵화이다. 그것은 손 꽅의 재주가 아니라 정신의 깊이에서 탄생된다. 장인의 현란한 기교가 행세하는 세상, 정신의 고매함이 배인 수묵화가 그늘진 외지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상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페이지 :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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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술애호가들이 꺠달아야 할 몫은 무엇인가. 영국의 문예비평가 허버트 리드가 일찍이 간파했듯이 "한번의 술책으로 쌓이게 된 명성일지라도 그 거짓명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끈질긴 비판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무엇이 성공한 작가의 오늘을 만들어 냈는지, 배경에 숨겨진 인위적인 전술의 정체는 무엇인지, 예술시장을 지배해 온 경제원칙의 허를 발견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페이지 : 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