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도보 여행가라는 그녀의 이름을 익히 들어왔지만 그녀의 여행기를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읽어봐야지 생각은 했었지만 늘 그렇듯이 바쁘다는 핑계로 뒤로 미루어두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제목이 나를 붙잡았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라...
아~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임을 알고는 있으나, 외롭다는 것이 사무치게 힘든 순간이 
세상에 나 홀로 외로운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는 법...지금이 그러한 시점인지 제목이 끌렸다.

길에서 그 누군가를 만나고, 낯선 이에게 자신의 삶을 전하며 마음을 나누고 한층 성숙해나가는 여행을 누구나 꿈꾼다.
그녀의 여행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인생 이야기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세상의 잣대라는 말이 우습기는 하지만
암튼 결코 평범하지 못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특별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는 걸까?
여행길에서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것은 내가 너무나 소심하고 겁이 많아 혼자 여행을 하지 못해서일까, 
너무나 방어적인 여행을 떠나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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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의 J는 여러 면에서 나보다 자유로웠다. 그 자유로움은 단지 젊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끙끙거리는 나에 비해 J는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J를 보며, 내가 깨지 못하는 벽, 아직도 넘어서지 못한 틀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언제쯤 나는 내 안의 벽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나를 부끄럽게 만든 J.
페이지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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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내가 가진 가능성을 사랑했던 것 같아. 내 나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말이야. 뭐든지 될 수 있고, 인생을 원하는 대로 그려갈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는, 그로서는 이미 잃어버린 나이 말이야.
페이지 :  57

그렇다. 먼 타국 땅에서 만났던 젊은 청년의 모습이, 눈부시게 빛나는 그 자신감을 보고 부럽고 내 젊은 날을,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었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어쩜 다른 취향의 사람이라 존재감이 없었을지도 
어쩌면 전혀 만나지도 못 했을테지만 낯선 곳에서 아주 잠시 스친 낯선 인연이지만 서로의 꿈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 돌이켜보면 신기하기까지하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고, 자유의 힘일까? 
몇 번 되지 않는 여행에서 멋진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어렴풋이 경험해봤기에 
나를 부끄럽게 하고, 남은 생이라도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그녀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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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세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순간의 소통, 찰나의 응시. 그리고 헤어지고, 질주해버리는 시간. 짧게 마음을 나누고 오래 그리워해야 한다 해도 이렇듯 함께한 시간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믿으며 그 도시를 떠났다.
페이지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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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남자와 여자의 경계, 진보와 보수의 경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 젊은이와 노인의 경계 같은, 그 모든 경계들 말이야. Boundary crosser나 General specialist, 그런 게 내 꿈이었어.  그런데 사람들은 늘 나에게 하나를 선택해서 그 길만 가기를 원해.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의 십 년은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찾기 위해 조금씩 범위를 좁혀왔던 시간이야.
페이지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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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조국도, 집도 없이 떠돌며 살아온 한 남자의 좌절과 분노를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가 일군 가족은 가파른 삶을 견디게 해준 희망의 닻이었을까. 때로는 벗어놓고픈 무거운 덫이지 않았을까.
페이지 :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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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다면 변화는 절대로 그냥 찾아오지 않아. 모든 자유에는 슬프게도 피의 냄새가 깃들어 있는 거라고. 내가 너처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지성인들에게 바라는 게 뭔지 알아? 너의 여동생과 아내에게 기다리라고만 말할 게 아니라, 누군가 야스민처럼 사회적은 관습에 대항해 싸울 때 적어도 그들 편에 서주는 거야.
페이지 :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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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의 가슴에는 얼마나 깊고 넓은 강이 흐르기에 제 몸을 열어 낳은 자식이 아닌데도 이렇게 품어줄 수 있는 물길이 있는 건지요.
페이지 :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