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가능한 피하고 싶은 편에

가깝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해왔다. 그 고민도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의문이었다. 보통

공부라고 말하면 정해진 기한내에 어떤 점수를 성취하여 결론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이 책을 읽어보니 여기서 나오는 공부는 약간 더 범위가 포괄적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밑줄 긋고 별표 치고 암기하는 그 공부가 아니라 그래서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걸쳐 심신을 연마하며 같이 이루어내야할

수양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공부에 미칠 수는 제정신이라면 어려울터인데

조선시대에 과연 어떤 사람들이 공부에 미쳤다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다급하게 책장을

넘겼다.

 

미쳤다는 표현은 좀 과격하고 책을 읽어보고 느낀바대로 제목을 약간 수정하자면 공부에

푹 빠진 16인의 조선인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말 그대로 공부를 인위적으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학문이 좋아서 푹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그중에서 총명한

머리로 태어났으니 시대적으로 불운하여 여자라는 제약을 심히 받고 별볼일 없는 남편을

만나 고생하다가 스물일곱의 젊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난설헌의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지금은 그녀처럼 시대적 제약이 큰 것은 아닌데 난 언제쯤 정말 공부 그 자체에

빠져 볼 수 있을까? 과연 그럴 날이 올까? 갑자기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