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케 류노스케의 신간이 또 나왔다. 정말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작가인 모양이다. 아니 본업이

작가는 아니다. 주지 스님이니 말이다. 연습 시리즈로 나에게 익숙한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연습은

버리고 사는 연습이란다. 우리에게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있다면 일본에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버리고 사는 연습이 있다는 것일까?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약간 다른 무소유에 대해 궁금해하며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책장을 넘긴다.

 

책속에서 그는 시종일관 남들과 비교하거나 스스로가 만든 기준에 비교하여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끝없이 갈망하고 아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없는 것이 오히려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버릴수록 넉넉해진다는 행복한 무소유를 강력 추천하고 있다. 행복과 물질적 안정의 비례관계는

늘 변함없이 나를 괴롭히는 화두이다. 많이 가질수록 행복할까? 그렇다면 그 많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등등 어떻게 보면 연관성이 있어보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뚜렷한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늘 뜨뜨미지근했었는데 그런 애매한 관계를 젊은 저자가

명쾌하게 풀어냈다.

 

나역시 내 손에 들어온 것이 밖에 나가는 것을 몹시나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쓸것이라고

필요없는 것도 꾸역꾸역 쌓아 놓고는 어느날 시간이 한참 지나 먼지가 쌓인 과거의 나의 애장품을

처연하게 바라보게 된다. 차라리 그 때 처분이라도 제 때 했으면 공간도 덜 차지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매번 그렇게 후회하고도 역시 똑같은 상황이 닥치면 쉽지 않다. 하지만

버릴수록 넉넉해진다는 말을 얼마전에 조금이나마 몸소 느꼈던 적이 있다.

 

내가 유일하게 모으기 좋아하는 것이 책인데, 말이 그렇지 한정된 공간에 책을 모으기 시작하니

이제는 머리에 책을 이고 있어야 할 판이었다. 공간이 좁아지니 마냥 사랑스럽게만 보이던 책이

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는 슬슬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침 언니네 회사 도서관에 놓일 책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200여권을 기증했다. 물론 처음부터 흔쾌히 마음 먹은 것은 아니었다. 욕심에

사 놓았지만 미처 한 장도 펼쳐보지 못한 아까운 책들도 있었으니 결정을 내리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막상 장애물 아닌 장애물이 되었던 책들이 한 트럭 빠지고 그 대신 공간이 넓어지니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넘기기엔 아까운 책들도 있지만 적어도 도서관에 가면 누군가는 읽겠지 싶어

아쉬운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공간에 행복했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걸 말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것을 소유할 때 행복은 잠시지만 그 사물이 주는 심리적 물질적 압박감도 적지 않다.

무소유는 소유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 신중하게 정말 필요한 것을 골라내고

필요없는 것들은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아는 현명한 소비를 말하는 것 같다. 그의 말처럼 물건에

구속되어 마음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비움의 주체가 되어 내려놓는 즐거움을 하나씩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