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 구도자의 길

삶의 지문/ 저자 최민자/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08년 10월

우리는 수천 겁(劫) 이전에 헤어졌지만,

우리는 잠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소.

우리는 종일토록 얼굴을 맞대고 있지만,

우리는 만나 본 적이 없소.

  구도자의 길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의 저자 최민자 교수의 삶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접하였다. 마치 내 자신이 구도자가 되어 양산 통도사 극락암을 오르고 큰 스님을 뵙는 모습으로 오버랩 된다. 실로 지식은 인식의 차원을 넘어 삶의 실천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난다. 숙연한 자세로 구도자의 마음으로 독서 여행을 했다.

  저자는 미국 유학 생활을 통하여 무지에서 움터난 의심을 잡초를 베어내듯이 지혜의 칼로 베어내고 일념으로 정진하여 잠들어 있는 우리의 영혼을 깨우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의 밭을 가는 일임을 깨닫는다. 애리조나에서 공부하며 석사학위 논문 쓰는 모습에서는 인간의 학구열과 탐구정신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가를 접할 수 있고, 영국 켄터베리로 박사학위에 도전하는 자세, 학문 연구 자체가 道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을 관통하는 정신적 대운하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자는 귀국하자마자 대학교수가 되었다. 20대의 나이에 종교와 학문의 환골탈태가 이루어지는 것이 정신개벽이며 21세기 정신문명시대의 개막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원효의 가르침에 깊은 울림을 받는다. 여해 스승과의 만남 그리고 배움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을 동굴이라는 우주에서 명상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라고 채찍질 하며 동굴에서 공부를 계속하였다.

  중국 최고의 大道人이요 地上仙인 왕진인을 찾아 나선다. 카르마의 법칙을 새기고 “존재의 강, 우리 모두는 물방울이며 강이어라. 영원의 품속에서 나와 너는 단지 옷을 바꿔 입은 하나의 몸”임을 깨닫는다. 중국의 왕진인을 찾아 양쯔강 북으로 북으로, 단하산, 오직 그 길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에 나선다. 그리고 上善若水, 지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 낮은 데로 흐르는 물과 같이 스스로 처신을 낮추는 겸허함이 있고, 스스로의 형상을 고집하지 않는 물과 같이 상대를 거스르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으며, 약함으로 나가기 때문에 도리어 강한 힘을 내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생활 태도는 물과 같은 것이며, 물은 만물에 혜택을 주면서도 결코 상대를 거스르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고 실행하며 깨닫는다.

  한국 법학계의 태두이자 우리 상고사 복원에 큰 발자취를 남긴 무호 스승의 가르침으로 “역사란 피가 흐르는 생명체입니다.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의로운 목숨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있고, 불멸 정신이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어 우리의 역사는 단군신화(檀君神話)가 아닌 단군사화(檀君史話)로 잃어버린 우리 ‘桓國’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세계한민족연합의 발기인 대회 겸 국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저자는 1,200년 전 진정한 세계인이었던 장보고의 현대적 재조명 작업으로 한민족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주 행위자로 동아시아 무대에 등장하게 한다. 장보고 기념탑 건립으로 우리 민족의 진취적인 기상을 드높였다. 그리고 최민자 교수는 한국, 중국, 러시아 세 나라가 만나는 곳, 두만강 하구 방천구, 황금의 삼각주에서 21세기 동북아시대를 맞이하여 지구촌 차원에서 고도의 상호 의존적 협력체제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엔세계평화센터’를 세웠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소통, 그것은 ‘하나’인 참본성, 즉 생명의 영성을 깨닫는 것이다. 닫힌 자아에서 열린 자아로 전환은 고립된 ‘존재의 섬’에서 벗어나 관계성, 소통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닫힌 사회는 재물, 권력, 명예를 지향하지만, 열린사회는 의식의 진화(靈的 進化)를 지향한다. 이제 인류 사회는 종교 간 벽도, 학문 간 벽도 없어지고 오직 생명과 평화에 대한 자각으로 소통돼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구도자의 자세를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직접 체험한 듯하였다. 저자의 동서양을 뛰어넘는 학문적 스펙트럼과 道의 실천에 경건함을 느꼈으며 진리를 깨닫고자 온 정신과 몸으로 정진하는 모습에서 구도자에 대한 진정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으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道는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