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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생명이 있는 또 다른 나

모바일 오디세이/저자 정여울/라이온북스/2008년 10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의사소통의 도구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휴대전화는 산업과 기술의 문제를 넘어 현대인의 삶을 담아내는 거대한 문화적 용광로로 인식되고 있다. 이 책은 모바일 오디세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그리고 있다.

  모바일의 어제는 최첨단 모바일과 종이컵 실전화가 공존한다. 종이컵 실전화는 소박함과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랑의 메신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선전화도 진화하고 있다. 문자메시지, 생활정보 서비스, MP3와 게임, 벨소리 등 최첨단 신기술 서비스로 사랑 받고 있지만 신기술의 편리함만으로는 향유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소통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또 다른 모바일에는 편지와 삐삐가 있다. 영화 속에 나타난 사람 사이의 메시지로 편지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미디어의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 삐삐는 잠시 반짝하다가 휴대전화의 보편화로 인해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삐삐만이 갖고 있는 장점에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모바일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휴대전화는 디자인으로, 액세서리로, 컬러링과 벨소리로 ‘또 하나의 나’가 되었다. 휴대전화는 현대인의 고독을 때로 심화시키고, 때로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개개인의 ‘멘토’이기도 하다. 휴대전화는 나를 구속한다는 느낌도 갖고, 움직이는 나만의 방으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바타로서 역할도 하는 복합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휴대전화는 ‘움직이는 도서관’이며, 내 손 안의 우주, 내 손 안의 또 다른 나, 내 손 안의 세계를 향한 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휴대전화는 이제 기계라는 생각보다 또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모바일의 미래는 어떨까?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열어놓기 위해 만들어진 휴대전화가 오히려 소통의 장애물이 될 때도 있다. 그 중에서 세대갈등이 가장 보편적이다. 아이들은 또래집단의 강화로 인해 타인의 접근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가족 내부의 갈등이 암울한 소통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부모님의 소외감은 갈수록 심화되고 문화적 장벽이 생긴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의 격차, 폐쇄적 성격으로 아이들이 성장하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음란∙자살 사이트, 급증하는 컴퓨터 범죄 등으로 인해 모바일의 미래가 단지 황홀하지만은 않다. 모바일의 편리함에 중독되어 우리의 소중한 능력을 점점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너무 많은 기계에 우리의 감각을 의존하느라 거꾸로 우리의 감각을 한껏 확장하여 세계와 접속하는 방법을 자주 잊곤 한다. 잠시 기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온 몸으로 자연과 호흡하고 타인과 소통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