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를 사는 시인 김시종

 

호소미 가즈유키 지음∣동선희 옮김∣어문학사∣2013.06.12.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은 성경 신명기에서 추방과 관련된 내용을 히브리어에서 그리스어로 번역하면서 처음 사용되었다. 본래 흩어짐이라는 뜻으로, 유대민족의 외부집단에 의한 추방을 디아스포라라고 지칭하며 지금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산의 의미를 가진 이 어휘는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유목과는 다른 의미로 본래 삶의 터전을 떠나 외부에 자리 잡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는 난민의 형성과 관련된 것으로 본토를 떠나 생활하며 그들 나름의 문화, 전통을 간직하며 결속력을 가졌던 유대인 민족의 역사를 의미한다. 현대에 오면서 이 말은 뜻이 확장되어 해외 식민지로 이주된 시민들을 지칭하기도 하며, 피난민과 동의어는 아니지만 서로 다른 출신의 피난민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대규모 집단이 다른 특정 지역으로 쫓겨나 오래 살게 되는 것도 디아스포라라고 사용하게 되었다.

한편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던 유대인들은 제1차 유대전쟁(AD 66~74)을 일으켰으나 로마에 패하여 예루살렘이 정복당했으며 신전도 소실되었다. 135년 제2차 유대전쟁에서도 패하여 유대지역은 황폐해졌고 유대인은 세계각지로 흩어지게 되었다. 이것을 디아스포라(이산)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제일 조선인, 김시종은 원산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4.3 사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오사카 부립대학에서 독일 철학을 가르치며 시를 쓰는 교수 시인이다. 그는 김시종 시인을 통하여 고향인 사사야마에서 ‘재일 조선인 족적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시를 공부하면서 김시종을 알게 되고 그의 시에 매료되었다. ‘클레멘타인의 노래’,를 비롯하여 ‘니카타’, ‘이카이노 시집’, ‘광주시편’ 등의 시집을 탐독했다. 그가 이 책의 제목을 「디아스포라를 사는 시인 김시종」이라고 한 것은 일본에 사는 한국인을 조국을 떠나 사는 또는 어떤 이유에서 조국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가리키는 ‘디아스포라’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김시종의 시집 「지평선」과 동인지 「진달래」에서는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사건에서 경험한 체험과 식민지 조선의 처참한 농촌의 환경을 보고 느낀 것을 시로 표현하였다. 「일본풍토기」에서는 부친의 사망과 4.3일에 사망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 일본에서 재일 조선인으로 살아가야하는 절망감과 고난 등을 풀어내고 있다. 특히 제주도 4.3 사건에서 목격한 죽음에 대한 회한은 그를 평생 고통의 영혼으로 만든다. 김시종의 시는 간결한 어휘의 선택과 단문의 형식을 띠고 있어 일본 고유의 단시형, 하이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의 자식으로 태어나 정치적 격변 속에서 과거의 식민제국으로 망명 아닌 망명을 한 시인이 일본어로 시를 쓰는 아이러니는 역사적 비극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잊고 사는 일본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삶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아스포라에는 ‘경계(boundary)’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지리적인 경계에서부터 이민족으로서의 이질감, 또한 ‘소속감과 타자’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에서 많은 고뇌와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 선조들이 태어난 ‘조국’과 자신이 태어난 나라인 ‘고국’, 현재 국민으로 속해 있는 나라인 ‘모국’ 삼자가 일치하지 않는 비극이 여기에서 탄생한다. 그래서 재일 조선인 김시종 시인은 역사적, 사회적 희생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를 통해 재일 조선인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 사실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구와 조사를 진행한 일본 시인 호소미 가즈유키의 노력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 관심을 두고 사는가, 부끄럽게 자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