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윤영무/토네이도 미디어그룹/ 2008년 10월)

 

  MBC 방송 기자 출신 저자 윤영무, 그는 나와 동년배다. 우리는 6.25 전쟁 후 폐허가 된 나라에서 살아남은 슬픈 자들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60년대의 보릿고개를 넘어 7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다. 학창시절 대부분을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보냈다. 그것은 영광이며 또한 족쇄이기도 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세대의 슬하에서 엄격하게 자라 개인 보다는 집단을 우선하는 교육을 받았다. 한국적인 민주주의와 반공과 조국근대화의 기수, 수출 100만달러 달성, 잘살아 보세를 들어며 성장했다. 비교적 풍요로운 80년대에 태어난 자식들의 자유분방함과 개인주의적인 태도 사이에 끼여 있는 아버지들이다.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 우리는 할말이 많지만 그저 참고 살았다. 부모님의 입원비와 틀니값을 고민하다가 자식들의 대학등록금을 대출해야 한다. 지금 50대 대한민국 아버지들은 아프다. 몸과 마음이. 그리고 외롭다. 남자는 돈버는 기계라는 인식에 서글픔과 소외감을 느낀다. "남자의 눈물은 가슴이 먼저 울고 난 뒤 흐르는 것이다. 마음을 다해 울어도 슬프다면, 온 몸을 다해 울어라. 어디선가 그런 당신을 말없이 지켜볼 동지가 있을 테니까."

 

  동기회에 나가면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친구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퇴직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퇴직했다고 뚜렷하게 말할 수가 없다. 그들의 처진 어깨와 힘 없는 모습에서 짐작할 뿐, 머리는 벗겨졌고 몸매는 옛날의 모습이 아니다. 아직 직장이 있는 사람의 행복, 가족을 위해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대책 없는 아버지. 이러한 위기의 남자에게 "가끔은 나도 달콤한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넋두리 한다.

   아버지들은 힘든 하루 하루를 술로 달랜다. "남자가 마시는 술의 절반은 눈물이다." "남자는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로 우는 거야." 그러므로 엘리베이트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마주친 남자를 너무 탓하지 말자.

 

  이러한 대한민국의 아버지들도 반란을 꿈꾼다. '꽃중년'을 꿈꾸고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하고 결혼했다는 아내의 말에 갑자기 힘이 솟는다. "단순한 건지, 바보 같은지 모르겠지만, 여자가 반걸음만 양보해도 두 걸음 이상 따라오는 게 남자다."  이제 남자들도 멋진 삶을 꿈꾼다. 악기 하나 쯤은 다룰 수 있고, 운동을 즐기는 멋쟁이로 변신하자. 자신을 위해 투자하자. 자신감을 가지고 인적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하자.

 

  "여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지만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 대한민국 남자들이여, 아버지들이여, 조국 근대화의 기수이며, 사회 민주화 밑거름이 되었던 그대들이여, 자신감을 갖고 당당히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자. 존경 받는 아버지, 믿음직한 남편, 도전하는 남자, 결코 굴복하지 않는 대한민국 남자들이여, 우리가 일찍이 군대에서 배웠던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하여 다시 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