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나쁜 소년이 서 있다」

  허연의 시집에 등장하는 나쁜 소년은 누구인가? 그 소년은 어디에 서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현대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며, 현대 도시인의 삶의 모순, 도시 생활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은 아닐까?

  그 소년은 배고픈 고양이가 되고, 수족관의 도미로 힘없이 헤엄치다가, 실존적인 잡놈이 되기도 한다. 사나운 백상아리로 도시를 휘젓기도 하고, 시인들도 모이면 아파트 이야기 한다고 때 묻은 나이가 되어 죄와 어울리는 나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소년은 따로 서걱대는 나뭇잎들과 일체가 될 수 있다.

  “나는 꽃을 따러 도시로 들어갔네 그녀는 도시에서 병들어 있었네”<도시에서 꽃을 꺾다>와 “세상 한 귀퉁이에서 그대가 죽었다. 봄이 왔다. 살아남은 나는 그대가 길바닥에서 인간답지 못하게 죽었다고 생각한다. 누울 수가 없다. 길바닥이다.”<길바닥이다>, “영혼을 빠져나갔는데 하나같이 눈을 뜨고 있다. 죽기 싫었던 멸치가, 사랑의 정점에 있던 멸치가 눈을 못 감은 채 말라 간다.”<멸치>, “밥으로 슬펐고, 밥으로 기뻤다. 밥 때문에 상처 받았고, 밥 때문에 전철에 올랐다. 밥과 사랑을 바꿨고 밥에 울었다.”<밥>에서 볼 수 있듯이 허연 시인은 말라버린 도시인의 정신세계와 몰가치적인 인간의 삶을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넋두리한다. “텅 빈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나무들은 서로의 허물을 격려하지 않는다. 단지 눈물을 흘릴 뿐이다.”<경계선의 나무들>, 생활전선에서 밥을 벌기 위해 전철을 타고 졸고 있는 사람들, 삶의 경계선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눈물짓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경첩>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그 사이 빨갛게 녹슨 족보가 쓰인다.”라고 시인은 고백하고 있다.

  시인은 13세기에 건립된 역사적인 건물인 “오베르 성당”을 그린 반 고흐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고흐는 교회의 뒷면을 그렸는데 이는 그곳에서 ‘묘지로 가는 길’과 ‘마을로 향한 길’이 나란히 갈라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두 갈래 길’에서 ’강렬한 코발트 빛 하늘‘을 그린 반 고흐의 그림에서 시인의 푸른색 희망과 불온한 검은 피, 절망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시인 허연은 여전히 반항적이며 희망적이다.

  허연의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읽고 우리는 쓰레기통 앞에서 마주친 고양이와 서로 눈을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나는 언제나 내 강물을 보고 당신은 당신의 강물을 보는 사람 사이의 ‘간격’을 느끼며, 가난한 사람이 음식 앞에서 수줍어하는 것처럼 우리는 눈물 앞에서 수줍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