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본명 주수인 周樹人)은 청나라 말기 1881년 9월 25일 절강성 소흥에서 태어났다.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부정사건에 연루된 할아버지의 하옥, 아버지의 병사 등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구교육을 받아오던 루쉰은 18세에 신학문에 눈을 떠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 입학, 이듬해에 육사학당의 부설 광무철로학당에 전학했다. 23살이 되던 해 학교를 졸업한뒤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유학, 의술로서 민중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의학으로 전과한다. 수업도중 영화에서 한 중국인이 간첩의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동포가 누명을 쓰고 죽어가는 것을 구경만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분개한다. 곧 민중의 육체를 치료하는 것보다 정신을 치료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 방편으로 문학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1919년 파리강화회의 영향을 받은 우리민족이 3.1운동을 벌인 해에, 중국에서는 루쉰이 강의를 하고 있던 베이징 대학을 중심으로 5.4운동이 일어난다. 항일 시위인 동시에 고전문화에 대한 반성과 신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문화운동이었다. 전통문화가 병들어 있는 중국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루쉰 및 지식인들의 문화운동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는 유학 당시 도쿄에서 잡지<신생>의 발간을 추진하나 자금란으로 좌절하고, 귀국하여 교원 생활에 종사하다가, 신행혁명의 성공과 더불어 교육부 관리가 되어 대학에서 강의를 맡게된다. 이후 창작과 논설, 문예 잡지 발간, 교육, 고미술, 문학작품 번역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한다. 저작 활동만 해도 소설, 수필(잡간문), 번역, 평론, 고전 연구, 고미술, 편지, 일기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저작을 하게 된다.

   그의 소설집 <눌함 呐喊 (1923)>은 유명한 광인일기, 아큐정전을 비롯 14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1918년부터 1922년 사이에 집필했는데, 특히 광인일기는 중국 근대 문학의 방향을 제시하고, 문학혁명을 주도한 그의 첫작품이자 중국 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광인일기>는 피해망상증에 걸린 한 사람이 자신의 형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내용을 일기로 쓰는 일기체 문학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부패한 중국은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식인 사회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아이를 구하자는 광인의 다짐은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문화 우월주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중국사회의 미래를 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호소라고 생각된다.

결핵을 앓고 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처형당한 혁명가가 흘린 피로 만든 만두를 먹이는<약>. 이 작품은 루쉰의 문학활동의 계기가 된 슬라이드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중국인들같이 동포의 죽음에 무감각한 민중과 미신에 대한 풍자가 엿보인다. 인혈만두도 소용없이 죽어버린 아들을 묻은 찻집 부인 화대마는 공동묘지에서, 처형당한 혁명가의 어머니를 만난다. 죽은 혁명가의 혼은 까마귀의 울음이 되어 먼 하늘로 울려 퍼진다.

  <아큐정전>은 중국의 교과서에도 실린 루쉰의 대표작이자 중국 근대 문학의 걸작으로 세계에 알려진 작품이다. 타인에게 얻어맞고도 정신승리법으로 자기 위안을 삼고 마는 아큐는 외세의 침입에도 쓸데없는 자존심만을 세우고 있는 중국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왜곡된 혁명에 대한 비판과 반성도 담고 있다.

낡은 전통을 고수하는 속물근성에 대한 비판은, 우매한 사람들이 의식도 없이 허둥대는 모습을 풍자하는 <풍파>,<머리이야기>, 시대에 적응 하지 못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린 <공을기>등의 작품에서 이어진다. 이러한 비판은 우매한 민중들을 일깨우고자 하는 루쉰의 끝없는 노력이 투영된 것이리라.

 -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에 난 길과 같다. 사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고향>

 

이십년 만에 돌아온 고향, 신기한 이야기들을 해주는 친구 윤토를 경애하던 작중화자는 그를 이십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깊은 우정을 나누던 어린시절과는 달리 화자를 ‘나으리’라고 부르는 윤토. 이십년의 세월은 둘사이에 벽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깨달은 화자는 깊은 비애에 빠진다. 원하지 않는 곳이라도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가다보면 길이 되는 것을 한탄하는 작가의 고뇌가 느껴진 작품이었다.

  루쉰은 이외에도 제2창작집 <방황>을 비롯하여 산문시집 <들풀>,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새로 엮은 옛이야기>등의 작품들과 그가 ‘잡간문’이라고 칭한 수필을 비롯, 수 많은 저술 활동을 하였고, 유학시절부터 시작한 일본어와 독일어로 된 작품들의 번역과 소비에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중역, 후배 번역가 양성이도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목판화와 미술등에도 관심을 기울였을 만큼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했다. 특히 산문시집 <들풀>은 24편의 산문시로 이루어 졌는데, 중국 전통시의 와 프랑스 상징주의기법을 동시에 수용하여, 인생과 현실에 대한 루쉰의 사상과 정신을 잘 반영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 받는다. 그 당시로서 너무나도 파격적이었던 그의 시와 소설 및 작품들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만하다.

 

1927년 46세에 애제자였던 허광평(許廣平)과 17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동거를 시작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루쉰은 허광평과 상하이에 머무르면서 그의 유일한 혈육인 주해영(周海嬰)을 낳는다. 루쉰이 55세의 나이에 폐병으로 사망한 이후, 아내 허광평은 그의 유고를 정리하고 전집을 편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모택동은 루쉰을 두고 “그는 단지 위대한 문학인일 뿐 아니라 또한 위대한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다”고 평가 하였다. ‘하늘과 땅사이에 살아남아 열강들과 경쟁해 나가는 중국‘을 추구했던 루쉰은 중국의 혼란기에 태어나 평생을 계몽주의자 이자 혁명가이자 사상가로, 문필가로 투신하였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평하며, 끈질기게 투쟁한 그의 정신은 중국이 자랑하는 대문호로서 아직까지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