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벤은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유능한 변호사이다. 한때 사진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안정적인 변호사를 선택한. 여전히 사진에 대한 미련을 가진.

그의 아내 베스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결혼전 둘은 예술가끼리 만났다고 생각했다. 허나 베스는 결혼은 하지 않으려 했다. 가정주부로 살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병에 걸려 죽은 엄마 처럼 살기 싫었기 때문이다. 벤의 끈질긴 설득과 안정적인 수입이 없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베스는 심혈을 기울여 소설을 3권 쓰지만, 모두 출판되지 못했다. 그 탓을 남편에게 돌리는 베스.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급기야 이웃에 사는 삼류 사진가 게리와 바람을 피우게 되는 베스. 아내의 외도를 알게된 벤은 말다툼끝에 게리를 죽이게 되는데...


한권의 책에 3부로 구성된 이소설의 1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안정된 직장에 승진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그의 상황은 우발적인 살인으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분노하여 살인하기 까지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묘사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된 소설을 따라가다 보니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된 것인지 게리를 죽이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끼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다. 정말 이런 상황이 되면 누구나 그런 충동을 느끼지 않을까?
2부는 게리의 시체를 처리하고 자신을 죽음으로 위장하고 게리의 삶을 살게 되기 까지의 과정이고, 3부는 게리의 삶을 살게된 벤이 서부에 정착하여 사진가의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다.


변호사 경력탓인지 벤는 게리로서의 삶과 벤의로서의 마무리를 완벽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의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신문은 벤의 죽음을 보도한다.
도망자처럼 눈에 띄지 않게 떠돌던 벤이 왜 성형수술은 하지 않았을까? 비록 미국이 넓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는게 벤의 직업이 아니던가.그랬다면 더 완벽한 게리로서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우리는 현실을 벗어나길 꿈꾸지만 먹고살기위해 월급이 가져다 주는 안락을 선택했다. 꿈을 버릴수 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들은 살고 있다. 그 현실은 자주 지겹다.
그러나 지금 살고 있는 지겨운 현실과 매일 보는 얼굴들이 자유를 얻었을때 가장 그리워 하게 될 행복이었다는 것을, 환경을 버릴수 밖에 없는 시기가 되면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쪽이 더 행복한 삶일까? 우리는 가지지 못한 반대편을 꿈꾸고 희망한다. 강변에 살고 싶어 반짝이는 금 모래빛과 달빛을 노래한다. 허나 강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삶은 불편한 환경과 고된 노동뿐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절절하게 느낀 감정도 글과 언어로만 전달할 수 없다. 어떤 깨달음을 경험한 사람은 그 깨달음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구구절절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이런 속성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것은 감정적인 문제다. 이런 것이 글로서 깨달을 수 있다면 세상의 고민들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도 그 잔소리에 부합되는 감정적 경험후에야 와닿게 된다. 겪어본 내가 말하는데 왜 깨닫지 못하냐며 답답해하는 사람이 답답한 이유다.



문학은 이런 잔소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어느정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강변에 살아보니 이러이러한 점이 좋더라며 장점들을 논리적으로 길게 나열하며 설득하는 글과,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시한편. 어느쪽이 더 강변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겠는가?


프랑스에서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개봉하면 챙겨봐야 겠다. 흥미로운 스토리 이기에 '리플리'처럼 한편의 멋진 스릴러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