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이야기 하면 참 할말이 많다. 30살 이전까지 거의 책을 읽지 않던 내가 유일하게 많이 읽은 책이 삼국지 이기 때문이다. 왜 하필 삼국지 였을까? 그것은 소년 시절에 시작되었다. 당시 마을 무료 책방에 꽂혀 있던 삼국지는 조풍연의 소년삼국지 13편이었다. 책을 잘 읽지 않았지만 그곳에 앉아 뒤적거리기는 잘했다. 그러나 제대로 읽은 책은 없었다. 그러던중 삼국지를 펴게 되었는데 조조가 죽기전 그가 죽인 사람들의 귀신을 보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이 재미있어 보게 되었다. 어린시절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같은 맛이 낫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내용은 생각과는 달랐다. 기대보다 훨씬 나았던 것이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때쯤이었는데 그때는 조자룡이나 장비, 관우의 용맹, 그리고 말이 안되는 황당한 장면, 귀신이 등장하고 좌자가 요술을 부리는 장면등을 재밌게 보았다. 이문열의 삼국지에는 그런 장면, 내가 좋아하던 장면을 모두 삭제하거나 수정하였는데 그것은 일본작가가 번역한 삼국지도 마찬가지였다. 그후로 중학교 3학년때 두번, 고등학교때 두번, 성인이 되어 두번정도 읽었는데 그때마다 다른 번역의 작품을 읽었다. 

삼국지의 황당한 장면도 내게는 의미깊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는 장면이다. 삼국지를 세번쯤 읽을때 부터 그런 장면보다 모사들의 전략과 전술, 권모술수등에 촛점을 맞춰 보게 되었으나 그래도 그 장면이 나오지 않으면 뭔가 섭섭했던 것이다. 삼국지를 읽을때면 일부러 천천히 읽어가며 그 장면의 맛을 느끼려고 애쓰곤 했는데, 그게 버릇이 되었는지 아직도 책을 천천히 읽게 된다. 

  김구용은 춘추전국시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주 열국지를 번역한 한문학자이자 작가이다. 아마 도움없이 원전 삼국지를 번역한 최초이자 마지막 작가가 아닐까 싶다. 황석영이나 이문열이 삼국지를 번역했다고 하지만, 학자들은 그들에게 그만한 한문실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원전 삼국지는 지금의 한문도 아니고 고문도 아닌, 과도기적 언어로 되어 있어서 학자도 그걸 번역하는데 아주 오래 걸리는데, 소설가인 그들이 그렇게 단기간에 번역했다는 것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들인 것이다. 나야 워낙 그쪽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황석영이나 이문열의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작품은 훌륭하겠지만 삼국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전은 원전 그대로 읽어야 맛이지 이문열의 것은 주석을 달고 자기 생각을 넣은 논문에 소설을 섞어버린듯 이상하다. 
황석영것도 읽어 보았다. 원전에 충실하지만 재미로 김구용의 삼국지를 넘어선다고는 할수 없다. 그러나 김구용의 삼국지는 재미가 없느니 딱딱하다느니 하며 인기가 없다. 읽어보고나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가장 좋은 삼국지 선택방법은 도서관에 가서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문열의 것은 빼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 읽는 삼국지라면 특히. 이문열을 먼저 읽는 다면 내가 어렸을적 느낀 감동과 재미를 느낄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남들이 많이 읽는다고 무턱대고 읽지 말고 어떤것이 괜찮은 것인지 이야기들을 종합해 판단을 내리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