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쟁이 엄마>에 이어 나를 부끄럽게 만든 책, <오늘도 화났어>

그림에서 보듯이 화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요.

화난 모습이 꼭 화산폭발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화난 표정도 잘 그려져 있어요.

표지부터가 맘에 들었죠.

아이가 싫어하면 어쩌나 살짝 걱정도 되긴 햇지만 읽어주니 좋아라 햇어요.

아무래도 자신의 모습과 많이 비슷해서인가봐요.

 

 사실 요새 동생을 본 뒤로 부쩍 화가 늘어난 딸때문에 고민이었어요. 늘 책 표지의 아이처럼 화난 표정이 많네요.

그전에 화도 잘 안 내고 잘 놀던 아이인데,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인지.......

별 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소리를 빼액 지르고 아직 기지도 못하는 동생을  때릴려고 하기도 하고...

그런 딸이 화를 내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골랐지만,

딸에게 읽어주다보니 오히려 저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요일은 아침에 늦잠자서 엄마가 화내고

화요일은 피망남겨서 엄마가 화나고, 수요일은 아빠가 화나시고

목요일은 동생이랑 싸워서 엄마가 화나고

금요일은 선생님이, 토요일은 할아버지가 화나시고,

일요일은 지각해서 친구들이 화를 내고.... "

이처럼 주인공에게 누군가는 늘 화를 내고 있었어요.

딸에게 읽어주다 보니

문득 딸이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았지만,

저 자신도 딸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밥 제대로 안 먹는다고 화내고...

동생 자는데 시끄럽게 논다고 화내고....

엄마 바쁜데 책 읽어달라고 했다고 화내고....

슬쩍 딸에게 "엄마, 화 난 거 많이 봤어?" 하니 " 응."

"엄마 화 내는 거 싫어?"

"시러~"

그때마다 우리 딸도 책 속 아이와 같은 표정이었을까요?

시무룩하고 기분나쁘면서 또 화가 나는...그런 표정...

왠지 딸에게 미안했습니다.

엄마가 화를 낼 때마다 어떤 기분이었을지.....

'왜 나는 사람들을 화나게 할까?

그래, 그렇다면

화내는 사림이 없는 곳으로 가자.

여기라면 화낸느 사람이 없겠지...'

 

모두가 자신에게 화를 내자

아이는 자신은 사람들을 화내게 한다며,

아예 화내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하죠.

먼바다에 홀로 떠 있는 아이를 보니 왠지 딸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답니다.

좋게 타일러도 될 것을 무턱대고 화부터 냈거든요.

생각해보면 딸이 화를 자주 내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탓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딸에게 화를 내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딸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지도 모르죠. 화내는 엄마가 무섭고 싫고 화내는 사람은 이상하다고요.

하지만 화내는 친구 현이가 이해 안 된다는 책 속의 아이도 화날 때가 있대요.

우리 딸도 동생이 장난감 망가뜨리거나 엄마가 약속을 안 지킬 때, 화를 내지요.

화를 안내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화를 내고 나면 마음이 찝찝하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책 속 아이의 말처럼 화를 낸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조건 화를 내지 말라고 하는 건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사실 살아가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하잖아요.

아무 일에나 화를 내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화를 억누르는 것도 나쁜 것같아요.

 

어느 육아서에서 봤듯이 화를 내지 말라고 하기보단, 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화를 내지 않을 수는 없는 법.

그러니 다신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보다는

차라리 내가 화가 난 감정을 인정하고 그 '화'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한 듯해요.

그래서 이젠 딸이 화낼 때마다 "엄마가 화내지 말라고 했지~!!!!!" 란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햇답니다.

화가 난 딸에게 소리를 질려봤자 더 화만 나게 하고 또 저도 화가 나게 되고, 또 반복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거든요.

저 자신도 화날 땐 화가 났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딸아이에게 퍼부지 않도록 조심해야지요.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날도 화를 내겠지만요~^^;;;

 

<오늘도 화났어>.... 이건 화를 자주 내는 딸에게도 필요한 거였지만 저 자신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준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