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개된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육성의 내용은 ‘담배 한대 주게’였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 책에 실린 추모글에서 담배가 책, 글과 함께 대통령을 지탱해 준 마지막 삼락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을 들으니 그의 마지막 순간에 담배가 없었다는 것 너무 안타깝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고인을 추모하는 글들을 모은 책이다. 책 표지에 실린 말- ‘부끄러운 바보’들이 ‘살아서’ 바치는 통한의 헌사-이 가슴을 울린다.

 

  가장 인상깊었던 추모글은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건축한 건축가의 글이었다. 우리들은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사저의 모습만 봤는데, 그 내부를 소개하는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들이 ‘봉화아방궁’이라고까지 일컬었던 그 사저가 사실은 농부 노무현이 꿈꾸는 소박한 세계였다니! 도시의 아파트처럼 편리할 것 같았던 사저가 사실은 안채와 사랑채가 분리된, 현대인들에게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옛날 우리 조상들의 집 구조를 따른 것이란다. 또 끝자락에 건축가 정기용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을 자신의 설계 탓으로 돌린다. 봉하산 사자 바위와 부엉이 바위 가까이에 지붕이 낮은 집을 설계한 탓. 산을 등진 것이 아니라 바라보게 만든 탓이라는 것이다. 건축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을 자신의 탓이라 여기고 있다. 우리모두 그 분을 지켜드리지 못한 미안함 대신 그 분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바보가 아니라 그렇게 허무하게 그를 떠나보낸 우리가 바보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김어준(딴지일보 총수)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며, 그가 외롭게 던진 목숨이 내게 어떻게든 되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하더라.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가슴아파했으니 김어준 말이 맞다. 이제 남은 세상은 그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그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많은 일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그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대통령을 뽑는 일같다. 주경복(건국대학교 불어불문학 교수)은 패거리의 인물들은 많으나 사회의 참된 지도자는 없는 현실. 있어도 온전히 살아서 일할 수 없는 현실. 참된 지도자는 죽고, 거짓 지도자들만 살아남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오늘날 우리는 ‘죽은 지도자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죽은 지도자를 살려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박동천(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 대통령님과 같은 시대를 살 수 있어서 행복했음을 살아있는 동안까지 이웃에게 전하겠다는 말,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것이 대한민국에게 영광이었음을 못난 글재주가 허락하는 데까지 널리 깊게 알리겠다는 다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나 역시 노무현 같은 분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훗날 나의 아이에게도 두고 두고 그가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간 것을 전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