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주인공 강인호는 아내 덕분에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다. 부임 첫날 교장 이강석과 행정실장 이강복은 그에게 댓가성 뇌물을 요구하며 "작은 것 다섯 장"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그는 모멸감을 느끼지만 아내는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라며 친정에서 돈을 빌려 그에게 보냈다. 그는 그렇게 현실과 타협했다.

 

한편 한 청각장애아가 기차에 치여죽은 사고가 났다. 그런데 무진경찰서 형사(장경사)는 안개때문인 것 같다며 그 사건을 가볍게 넘겼다. 자애학원은 장애아들에 대한 구타와 성폭행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학교였다. 그러나 교장과 교사들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쉬쉬한다.

 

강인호는 대학 선배이자 무진인권운동센터 간사인 서유진, 최요한 목사, 피해 학생의 어머니 등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 한다. 하지만 자애학원과 결탁한 교육청, 시청, 경찰서, 교회 등 무진의 기득권세력들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의 파급력은 소설보다 컸다. 실제 배경이 되었던 학교를 조사하기 시작했으니까. 현실이 아니기 바랐지만, 이 소설의 내용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 너무 무섭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아동, 여성, 장애인과 같이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유리나 연두 같은 장애우들은 보호 받아야 마땅한데 오히려 어른들로부터 구타와 학대를 받았다. 이 아이들은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억울할텐데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특히 소설의 등장인물 중 공감이 갔던 인물은 강인호였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에게 요구하는 부당함은 크다. 소설에서와 같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과다한 업무를 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정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함에 침묵하는 경우가 많단다. 관리자의 눈밖에 나면 언제 그만둬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정이 있는 강인호가 그 부당함에 맞선 용기는 대단한 것 같다. 당장 돈벌이를 해야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강인호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나설 수 있었을까? 그래, 나였어도 이 사건은 가만히 눈 감고 살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눈 감고 산다면 나중에 자라나는 내 자식에게 너무도 부끄러운 부모가 될테니까.

 

책을 다 읽고 나는 왜 이 소설의 배경이 무진시인지 알 것 같았다. 자애학원은 무진시에 있고 그 무진시는 안개로 가득한 곳이다. 안개 속 자애학원에 벌어지는 비 인간적인 일들을 안개 바깥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안개 속에 있었던 사람들도 자애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외면했다. 관심이 없는 곳, 안개 속에 둘러싸여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는곳. 그곳에서 아이들은 학대를 받고 고통을 받았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씁쓸한 마음이 가득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리 사회의 소외 받는 이들에게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