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이 책을 봤다.
국회의원의 의정일기를 그림으로 담아냈다고 하니 신선해서 관심이 갔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말이다.

 

책을 뽑아들고 자리 잡고 앉아 넘기기 시작했는데, 그림은 신선했지만 내용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몇 장 넘기니까 '이명박 호감론'이란 제목이 나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출판년도를 확인했더니 역시 2007년. 그러면 그렇지. 지금 이런 제목을 썼다간 아마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내용은 김문수와 이명박을 띄워주는 내용들이 많다.
그건 저자의 경력(?)과도 연관이 깊기 때문이리라.
차명진은 김문수 밑에서 정치를 배웠다고 한다.
그의 지역구인 부천 소사구 역시 김문수의 지역구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캠프의 홍보본부장을 맡았다.

그러니 그가 김문수, 이명박과 가까운 관계이고 그의 출판기념회에 두 사람이 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이 의정활동을 담은 것이라고는 하나 알맹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얻는 정보라고 하면, 국회의원의 월급이 60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 하나.
(이렇게 많은 월급을 받고도 왜 서민들을 위한 제대로된 법안을 만들지 못하는지)
그리고 한나라당 내부의 계파 현실이었다.
친이파인 그가 지난 대선 때 BBK의혹을 제기한 박근혜에 대해 적어 놓은 글이 인상적어서 옮겨 적는다.
"박근혜 진영의 일부 과잉 충성파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다. 검찰에서 이미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의 BBK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는데도 출처가 불분명하고 위조된 명함 쪼가리를 들고 와서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증명하라고 우긴다(P.119)"
만약 BBK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면 이 글의 저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뉴타운에 대한 그의 생각도 안타깝다.
"나는 확신한다. 뉴타운은 희망이다. 좁고 닥지닥지 붙은 집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매일같이 주차문제 때문에 이웃간에 얼굴 붉히고 공원 하나 없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는 일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기회다(p.127)"
과연 뉴타운이 희망인가? 뉴타운이 건설되어도 돈이 없으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재개발, 뉴타운 떠드는 사람들에게 조세희의 "난장이를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권하고 싶다. 재개발이 되어도 돈이 없어서 입주권을 팔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은 1970년대는 물론이고 지금 현재의 상황이기도 하다. 

 

저자가 책에서 밝힌 것처럼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새누리당으로 당명이 바뀌었다고 한들, 그들의 정책기조가 바뀌었을리 없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 뉴타운이 서민들의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시장경제 속에서 돈 있는 강자는 계속 승승장구하고, 돈 없는 약자들은 허탈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머슴이라고 외치며 지역구에서 바닥민심을 쓸고 다니는 것만이 정치는 아닐 것이다. 진정한 정치는 국가를 잘 운영하기 위한 가치와 신념을 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 책의 저자가 지닌 가치와 신념이 바닥민심을 대변한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지금 우리 국민이 대통령 잘못 뽑아서 죽도록 고생하고 있지 않은가?" (p.22)
2006년 9월 29일에 썼던 이 문구를 지금 이 글의 저자에게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