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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떨어져 살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안부를 물었다.

"엄마, 잘 지내고 있어요? 어디 아픈 데는 없고? "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나는 이 책을 읽은 감상을 엄마에게 편지로 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엄마에게 편지로 전해 주는 리뷰

보고싶은 나의 엄마에게.

엄마, 이제 겨울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네. 나는 이번 겨울에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엄마도 잘 지내고 있지? 엄마를 한 번 보러 간다 간다 하면서도 그게 잘 안돼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야. 그래서 오늘은 엄마에게 반가운 내 얼굴 대신 좋은 책 한 권을 편지와 함께 보내려 해요.

제목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인데, 제목이 참 힘차지? 누가 이 책을 선물해줘서 읽게 됐는데 생각보다 인상적이고 흐뭇해지는 책이었어. 엄마, 난 사실 이 책을 쓴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더랬어. 너무도 세련된 외모와 옷차림에 자신감 넘치는 태도까지, 꼭 부잣집에서 곱게 자란 공주처럼 보였거든. 힘든 세상살이라고는 겪어 보지 못한 온실 속 장미같아서 나는 왠지 이 사람에게 질투가 났던 거야. 그런데 난 <즐거운 나의 집>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가에 대한 내 질투가 괜한 오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건 그녀가 3번의 결혼과 이혼을 했고, 성이 다른 세 아이들을 한 집에서 키우고 있으며, 그녀가 작가이기 이전에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이자 엄마라는 사실이었지. 어떤 사람들은 이 작가가 자신의 사생활을 팔아서 이익을 챙긴다고 욕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녀의 인생사가 담긴 이 책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너무도 따뜻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

엄마, 이 책은 이 작가가 자기 딸에게 책을 읽고 느낀 감상들을 이야기해 주는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남의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흥미롭기도 했어. 엄마에게는 어떨 느낌인지 궁금하네.

엄마, 먼저 이 책의 차례를 한 번 펴 보아요. 제목들이 하나같이 예술이야. 나는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라는 첫 제목에서부터 살짝 미소가 지어지더니 나머지 제목들도 하나같이 잠언들 같아서 제목만 읽어도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어. 그런데 제목 뿐 아니라 내용들도 참으로 흥미로워. 특히 딸에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엄마가 나한테 들려준 말들과 비슷한 느낌이 많아서 이 책을 보는 내내 엄마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

엄마, 엄마도 나에게 사랑과 결혼에 대한 말을 했었지? 이 사람 저 사람 여러 사람을 만나보라고, 그래야 정말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이 작가도 딸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 결혼을 하기 전에, 아이를 낳기 전에 더 많은 남자들을 만났어야 했다고. 연애를 할 수도 있고, 그저 데이트를 할 수도 있고, 그저 친구로 남을 수도 있는 그런 많은 남자들을 만나지 않았던 어리석음 때문에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했다고 말야.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도 첫사랑인 아빠를 10년이나 만나고 결혼을 하고 나와 내 동생들을 낳고도 이혼이라는 아픈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한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보라고 당부했던 것인지 궁금해. 또 한날은 엄마가 용한 점쟁이에게서 점을 보고 와서는 내가 엄마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는 말을 듣고는 눈물 흘리던 모습이 기억이 나. 엄마와 아빠는 아주 많이 사랑했지만, 단지 부부의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며 나에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결혼은 정말 신중하게 하라고 울먹이던 모습도 생각이 나.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니 정말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에 담겨져 있는 당부들이 모두 엄마가 나에게 해 주는 말같이 들려서 한 페이지도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어.

엄마, 엄마도 이 책을 쓴 작가처럼 나에게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었지? 혹시나 내가 엄마를 야속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지? 하지만 나도 이제 엄마를 이해할 나이가 되었고, 엄마가 나에게 어떤 세상을 살기 원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비록 나의 힘들었던 사춘기를 엄마와 따뜻하게 보내진 못했지만 난 하나도 원망스럽지 않아. 그건 그냥 우리의 특수한 상황이었을 뿐이야. 엄마도 분명 이 책의 작가처럼 멀리서나마 나를 걱정해주고,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을테니까.

엄마, 이제는 내가 엄마의 삶을 응원할게요. 엄마가 엄마의 남은 인생을 정말 의미있게 멋지게 보내길 바라. 이제 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이 책을 읽으며 털어버리고 우리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면서 살자.

그럼, 엄마도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