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본 순간 제목에 너무 매료되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아니고 나쁜 사마리안이라고?'

  사회학 관련 책인 줄 알고 불현듯 호기심이 들어 첫장을 넘겼는데 웬걸, 경제학 관련 서적이었다. 게다가 장하준 교수가 쓴 책이 아닌가?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을 통해 장하준 교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은 누구인가?   

  책을 펼쳐들면서 한 가지 의문을 가졌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도대체 누구를 비유한 것일까?'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1장에 이런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p.35)" 바로 이 구절이 있어 나는 '나쁜 사마리아인=현대의 부자 나라' 라고 인식하였다.

  그렇다면 부자 나라가 나쁜 사마리아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부자 나라라는 개구리들이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 정책을 통해 발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부자 나라들이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보호와 보조금, 규제 정책을 혼합하여 사용했음을 알려준다. 또 그들이 자국의 생산자들이 준비를 갖추었을 때에만, 그것도 대개는 점진적으로 무역을 자유화 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그런데 부자 나라들은 자신들이 부자가 된 이후에는 가난한 나라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자기들이 올라간 사다리, 즉 보호무역을 걷어차 버리고 자유 무역을 외치고 있다. 자신들이 가난했을 때 사용했던 방법을, 그러니까 자신들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방법을 개발도상국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지만 그들, 부자 나라들의 이러한 행동은 너무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장하준 교수는 무역 자유화가 결코 경제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금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유무역만이 경제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이 책의 3장에서는 자유무역으로 개발도상국들의 형편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러 데이터들을 통해 알려준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는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은 우월한 외국의 생산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국제 경쟁으로부터 격리되는 기간이 있어야 한다(p.118)는 것, 그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겠지만 장 별로 나누어 읽어도 좋을 책이다. 나는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지하철 안에서 틈틈이 한 장(章)씩 읽었다. 각 장마다 테마가 있기 때문에 각 장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이 책을 읽고 나면 하루종일 그 테마에 대한 생각거리들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또 이 책은 저자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책이기 때문에 이 책과 반대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책을 함께 읽어본 후,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워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은 후 <거짓말 경제학>, <88만원 세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와 같은 책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한가지 더! 이 책을 국방부에서 불온 서적으로 선정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이 책이 국방부의 높은 신 분들은 물론이고 자유 무역을 주장하는 국회 의원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을 민영화시키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 역시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더불어 역사 전공자로서 말한다면, 역사에는 해답이 있고, 교훈이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이 알지 못했던, 또는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