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선정할때 판타지장르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것은 아니지만 하나정도를 콕 말하자면 현실에서는 전혀 이루어질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장르를 읽다보니 어느샌가 판타지장르도 손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왜 진작 읽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항상 가지고 있다.

저자인 '마키메 마나부'의 소설은 처음 접했다.  이 책 '사슴남자'는 여학교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판타지 로망이다.  일본에서는 방영되었던 드라마 원작이라고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만화로 나왔으면 더욱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뒤로하고 머릿속에서는 글의 장면들이 자연히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던 주인공인 '나'는 신경과민이라며 연구를 중단하고 나라에 있는 여자고등학교에서 2학기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담당교수의 말에 나라에 오게된다.  1-A반 담임이 된 주인공은 그곳에서 학생인 홋타와의 만남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판타지로망이 펼쳐진다.  사슴, 여우, 쥐라는 동물들의 등장으로 인간들은 그들의 심부름꾼이 되어 '눈'을 찾아야 한다.  어느날 지나가다 옆에 있던 동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생각만해도 너무 재미있을거 같다.  놀라자빠지려나..선택되어진 인간심부름꾼들에게는 사슴, 여우, 쥐와 대화가 가능하다.  사슴의 운반책이 된 주인공은 여우에게 눈을 받아오라고 지시한다.  주인공이 여우에게 받아오는것을 실패하게 되면서 점섬 얼굴이 사슴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다른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인간일 뿐이다.  그러면서 오사카, 교토, 나라의 세 여학교에서 야마토배전을 검도부 우승학교에 전달되는 삼각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된다.

삼각이 사슴이 그토록 찾아오라면 '눈'이라고 믿고 가져가지만 눈이 아님을 알게된다.  영영 사슴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도 돌아올 수 없을수도 있다는 상실감을 가지게 되면서, 그 모든것이 쥐의 심부름꾼의 욕심에서 벌어진 일임을 알게 된다.  이렇듯 현실에서나 책속에서나 인간은 모두 보다는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주인공인 나가 쥐의 심부름꾼을 찾기 위해 난바선생과의 전화대화에서는 나도모르게 웃음이 밖으로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전개를 좀더 스피드하게 했다면 더욱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지만 그 역사를 배경으로한 치밀한 구성이 엿보였던 거 같다.  중간중간 코믹한 상황에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