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5분의 1이 넘는 신도를 가진 '종교' 축구. 그 지배자격인 국제축구연맹 FIFA의 회원국은 198개국으로, 이는 UN 가입국보다 많은 숫자다.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 경기는 세계 인구의 6배가 넘는 연인원 400억의 인구를 텔리비전 앞에 불러 모은다.

그러나 FIFA는 'For the Good of the Game'이라는 구호 아래, 상품을 팔고, 광고하고, 후원자를 물색하며 월드컵을 오염시켜 왔다. 이 책은 전 FIFA 회장 아벨란제가 월드컵을 어떻게 이용했는가를 파헤치면서 그를 둘러싼 폭력과 승부조작, 개최국 선정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목적 등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흥미진진하게 기술하고 있다.

세계적인 사건취재 작가인 지은이는 아벨란제와 그의 후계자 제프 블레터를 포함해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두 등 많은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축구계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려 한다. 그러나 이 책이 FIFA와 월드컵 대회의 관계를 굳이 들추는 목적은 '도둑'이 누군가를 가려내자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능과 겸손함을 갖춘 살아있는 축구 황제 펠레가 왜 FIFA에 등을 돌려야 했는지, 마라도나의 약물중독과 관련된 음모는 무엇이었는지, 2002년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의 전모는 무엇인지 등에 관한 숨겨 진 진실들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