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
   한완상 “한국 교회에 역사적 예수가 없다.”

   “세계 최대 단독교회, 세계 최대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한국에 있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지만 기독교 성장에 대한 찬사보다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갈릴리 나사렛의 역사적 예수가 안 계시기 때문이다.”

   최근 <예수 없는 예수 교회>(김영사)를 출간한 한완상 전 부총리(72)가 2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역사의 예수를 교회를 통해 배웠다면 아고라(인터넷 토론광장)의 비판들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메가처치(대형교회)의 발전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픔을 겪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이어 “지난 60여 년간 한국 개신교는 불행하게도 종교적 근본주의라는 속옷에 냉전 근본주의 신념이란 겉옷을 입고 있다.”며 “민족분단에서 비롯된 냉전 대결 상황에서 냉전 근본주의자들로 하여금 더욱 투철한 독선적 확신을 갖게 한 것이 바로 개신교 근본주의 신앙”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을 의식한 듯 한 전 부총리는 “최근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 거리가 생겼다. 이는 개신교가 ‘배타적 우수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리적 배타성에 인용 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신 말씀은 최고라는 뜻이라기보다 그 길을 밟고 진리는 좇으며 생명을 따르라는 뜻이다. 자기를 비운 역사적 예수의 뜻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승리주의적 신앙에 대해 한 전 부총리는 미국 부시 정부의 정책을 예로 들며 “기독교가 모든 것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가장 예수답지 않은 형태”라며 “십자가는 앞세우는 게 아니라 뒤에 지고 가며 희생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전 부총리는 “제도 기독교가 가진 예수에 대한 신학적 이해 자체가 다 틀리다는 것은 아니”라며 “역사적 예수와 교리적 예수의 사이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 실제 예수님의 3년간 공생애 기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반드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부총리는 또 “나는 종교 다원주의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리, 어린이, 창녀 등 소외받던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었다. 구원은 죽어서 천당 가는 것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구원을 너무 천박하게 왜소화시키는 것이다. 구원은 총체적 건강성의 회복”이라며 “기독교는 철저하게 평화주의다. 그런 메시지가 제도 교회와 한국 교회에서 들려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또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사를 쓸 당시 팀장이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했던 취임사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후회한 것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이 그런 망를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고 “취임사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비전 중 하나여서 자주 같이 읽었다. 김 전 대통령도 그 부분을 멋지다고 했는데 믿을 수가 없다.”며 “보도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오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예수 없는 예수 교회> 책에 대해 “교리의 그리스도만 있고 갈릴리 예수는 없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워 나를 돌아보는 심정으로 쓴 고백서”라고 소개하교 “30년 전에 <저 낮은 곳을 향하여>를 통해 분노의 글을 썼다면 이 책은 가슴으로 썼다.”며 “이 책이 어두운 시대에 하나의 빛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역사적 예수를 부인하면 허깨비를 믿는 것”이라며 “한국 교회가 성장에서 성숙으로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8. 12. 3. 뉴스파워 / 최창민)
 
저자  한완상

사회과학자, 행동하는 양심, 자원봉사자의 귀감이 되고 있는 한완상. 그는 교육계, 정치계, 사회학계, 종교계를 넘나들며 참 지식인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사회와 교계의 환부를 예리하게 진단, 처방하는 소명을 다하고 있다. 엄혹했던 현대사의 격랑으로 두 번의 해직과 수형생활을 겪어야 했지만, 힘의 논리 위에 서 있는 ‘평화 지키기’보다 나눔과 비움을 통해 세워지는 ‘평화 만들기’를 끝까지 주창한다.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고 강자가 약자의 체질로 변화되는 이사야 11장은 그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유토피아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경험하고, 껍데기뿐인 민주주의로 인해 독재와 비리, 사회의 부조리를 일찍부터 경험했기에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치료하는 예수와 같은 의사’ 곧 소설 「닥터social doctor」의 길이 그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소명이었다.

그 이력은 높고 범상치 않았으나 지향점은 항상 ‘낮은 곳’이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유니온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서울대 문리대 교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상지대 총장, 부총리겸통일원장관, 부총리겸교육인적자원부장관, 대한적십자 총재를 역임했다. 저서로「현대사회와 청년문화」「지식인과 허위의식」「민중과 지식인」「저 낮은 곳을 향하여」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