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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여자들이 질색한다는 ’군대 이야기’. 하지만 나는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초롱초롱

해지는 남자들이 신기했고

과묵하던 남자도 군대 이야기를 할때는 수다쟁이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

25년전 군대생활을 했던 우리 아빠 마저도 지금까지 군대 동기들을 만났고 군대를

추억했다.

도대체 남자들에게 군대가 뭐길래.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군생활에 관련된 단편 소설이겠거니 했다.

말그대로 ’개고생’한 내용이거나 젊은 혈기가 느껴지는 글이지 싶었다.

하지만 70년생인 한 남자의 군대를 추억하는 이야기 였고

그랬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사실 책을 읽으며 과장되고 자극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루하게 읽혀지는게

당연했다.

작가의 글은 너무나 담백했다. 과장도 없었고 억지 감동도 없었다.

왠지 ’군대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글이 궁금해졌다.

군대 이야기의 여주인공(?)인 ’상큼씨’는 내가 생각하기엔 좀 이상하리 만치 군대

이야기에 미쳐있는 여자였다.

세상에 저런 여자가 또 있을까 싶었고 만남 내내 오로지 ’군대 이야기’ 만을 해달라는

그녀의 태도가

예의 없게 느껴졌고 거북스러웠다. 하지만 ’상큼씨’가 얼마나 이뻤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판범은

뭐든 얘기 해달라면 해주고 사달라면 사줄 기세였다. 하지만 ’상큼씨’의 군대 사랑이

논문을 위한 것이였다니

그녀가 여우처럼 느껴졌고 배신감이 느껴졌지만 판범은 마냥 좋다고 했다. 어이고!

책을 읽으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바로 군대 용어였다.

여자인 나로서는 들어도 들어도 모르겠는게 군대 용어다.

여자한테 군대 용어를 모르는 것은 전혀 부끄러울 일도 무시당할 일도 아니기에

그냥 그때 그때 물어보면 그만인게 군대 용어다.

평소라면 군대 용어를 말하는 남자친구 또는 친구들에게 말하는 도중에 ’그게뭔데?’

하고 물으면 그만이겠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이 혼자 영어 단어를 읽듯이 앞뒤 문장으로 유추하며 책을 읽었다.

그래도 한국말인지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행히 이해했다.

이 책을 군인 친구나 70년생 분들이 읽었다면 더 많은 공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80년생이며 군대 근처에도 안가본 나로서는 작가가 ’사건’ 이라 말해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태반이였고 데모가 많았다고 한들 당시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작가의 담담하고 담백한 문체가 좋았다. 작가가 책 사이사이 언급했던 당시의

배경이 궁금했다.

작가가 썼다는 고삐리, 대삐리 이야기를 읽어보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