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다닐 때 한국 단편문학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어요. 교과서에 짤막하게 나온 한국단편문학을 재미있게 읽고 다른 집에 있는 책도 빌려보고 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당시 금성출판사에서인가 나온 한국단편문학선집 수십 권을 부모님이 큰맘을 먹고 당시 집집을 방문하여 판매하던 책 판매원에게 월부로 구입하신 것이에요.

 

그때부터 틈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문학선에 실린 작가들 중에 가장 좋아했던 작가가 바로 김유정이에요. “봄.봄”이나 “동백꽃”처럼 교과서에도 나오고 유명한 작품 외에도 “금 따는 콩밭”같은 생소한 작품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게 해학적으로 또 한편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왔었네요. 그런데 솔직히 이상의 작품은 “날개”를 비롯해서 그닥 재미있게 느껴지지 못했습니다. 나이도 어렸지만 제게는 김유정 작가와 같은 어두운 것도 밝게 재미나게 풀어나가는 작가들이 더 좋았었죠.

 

그 때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책을 통해서 김유정과 이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여기저기 접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두 작가만 별도로 다루는 단행본을 읽기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우선 두 사람이 그렇게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1935년 봄에 그 해의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에 성공한 김유정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처음 두 사람이 만나서 절친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김유정이 낯을 심하게 가린 여린 감성의 소유자이고 이상은 말 그대로 당대의 투사이자 모던보이로 활달한 성격으로 판이한 성격을 가졌다고 해요. 그런데 제 주변에도 성격이 판이한 사람들이 친구이거나 심지어 결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들도 서로의 성격이 다른 점이 끌린 듯 단시간에 아주 가까워졌고 둘도 없이 친한 친구가 되었다고 전해져요.

 

이 책은 그들의 소설과 시를 나열한 책이 아니라 주로 자신들의 직접적인 심경을 표현한 에세이 중심으로 가까운 지인들의 그들에 대한 글을 곁들여 두 사람과 두 사람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여주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두 사람이 남긴 수많은 글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글’로 많은 사람들이 꼽는 다는 “산촌여정”과 “5월의 산골짜기”라는 에세이는 솔직히 처음 읽어봤네요. 이 책에는 그들의 마음이 그대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멋진 작품집입니다. 김유정과 이상을 좋아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중요한 순간과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의 일독을 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