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빠-토이(유희열)와 김동률이 오랜 공백을 깨고 앨범을 발표해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요즘, 또 한 명의 뮤지션이 합세했다. 바로 정재형이다. 정재형이 누구냐고? 아, 그래,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럼 한때 라디오에서 시도때도 없이 흘러나왔고, 영화 제목과 오락프로 타이틀로도 쓰였으며, 리메이크도 큰 인기를 누렸던 베이시스의 불후의 명곡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사실 ’소개해줘’가 올바른 표현이란다;)>는 기억하는지. 그 노래를 작곡했고, 다른 멤버와 함께 부른 사람이 바로 정재형이다.

6년 만에 그가 신보를 들고 왔다. 그리고 음반과 함께 (뜻밖에도) 여행 에세이를 출간했다. 제목과 가사를 온전히 기억하는 정재형의 노래라곤 앞서 말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밖에 없는 나지만, 그래도 그의 오랜 팬인 동생 덕분에 그의 음악은 간간이 접해왔고,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그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글은 처음이었다. 동생은 발매와 함께 구입한 그의 음악을 들었고, 나는 처음으로 출간된 그의 책을 읽었다(야홋, 사인본이닷!).


사실 나는 음악 외에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얼굴도 잘 모른다(미안;). 그래서 홍보용 사진으로 처음 만난 그의 모습은 꽤나 놀라웠다. 사진 속의 그는 비니를 쓰고 질끈 묶은 머리에(또다른 사진엔 풀어헤친 파마 단발머리) 머플러로 목을 친친 감고 있다. 거기에 콧수염과 뿔테안경까지. 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아, 정재형 패션이 원래 그렇게 ’노숙자 스타일’이냐?’. 동생 대답이 더 가관이다. ’원래 좀 글킨하지. 이번엔 더 그렇지? (씨익)’ 팬 맞냐고~(참고로 동생님의 성별은 남자다). 어쨌든 사진 속 그는 그동안 내가 들어왔던 그의 음악과는 좀 생경한 이미지였다. 아, 살짝 당황스럽다. (그의 스타일리스트에게 미안;)

그런데 그 당황스러움은 책장을 넘기면서 어느새 사라졌다. 책 속에 실린 그의 모습은 홍보용 사진과는 전혀 다른 댄디한 모습이다. 눈가에 다정한 주름이 잡히고, ’붐붐’처럼 가지런히 정리된 앞머리를 하고선 싱긋 웃으며, 조금은 부담스럽게 바디라인이 드러나는 스키니진을 입고 여전히 비니를 쓴 채 파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에릭과 조규찬의 얼굴이 스쳐간다. 닮았다. 아, 나이로 따지면 그들이 정재형을 닮은 거겠지만;) 사진속 파리의 그는 자유롭고 소탈하며 활기차 보인다. 개구쟁이같은 장난스러움과 음울한 단면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 모습들이 파리에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해도 그런 모습들이 즐겁다. 자연인 정재형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보내주신, 그러나 그의 여행으로 인해 일주일간 상온에서 방치되어 푹~ 익어버려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 신김치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보따리를 우체국에서 찾아들고 파리의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일 때문에 중간중간 한국에 나와있기도 했지만 그가 파리에 머무른지도 어느새 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경험했던 파리의 생활들이, 그속의 생각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정재형의 Paris Talk>, 정재형의 여행 에세이 또는 그의 파리 체류기다. 

이책은 그에게 또다른 도전일 것이다. 절제의 미덕이 지배하는 음악에 비해 마음껏 주절댈 수 있는 에세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은 그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오늘은 뭘 먹을까 메뉴 걱정을 하고, 싼 가격으로 무장한 대형마트에서 이성을 잃고, 어질러진 집안 청소를 걱정하는 생활인의 모습에서 학교 공부, 힘이 되어주는 파리의 친구들, 그들과의 음악적 교류, 영화음악 작업, 자신의 음악에 대한 고민, 개인 앨범에서 좀 더 확장된 다양한 일들을 향한 도전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 등 유학생과 음악인의 모습까지 가감없이 담겨있다.

그런가하면 엘리베이터에서 집열쇠를 돌리다가 떨어뜨려 어이없이 비싼 출장비를 물고 분해한다. 파리의 대여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다니다가 반납할 때 주차할 곳을 찾아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다리가 풀려버리는가 하면, 헤어 디자이너의 제안을 생각없이 수락했다가 앞머리를 딱! 일자로 가지런히 잘린 채 후배에게 ’형, 붐붐같아요!’라는 말에 힘없이 웃기도 한다. 또 맥주 한 잔의 미련을 못 버려 그간 작업한 곡과 글이 담긴 노트북과 지갑을 소매치기 당할 뻔 하거나 순간의 말실수를 만회하고자 눈물을 머금고 그 맛나는 카레를 친구에게 양보하는 해프닝을 벌이는 엉뚱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에피소드에 킥킥대면서 그가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책속엔 반가운 얼굴들도 보이는데, 파리를 방문한 그의 지인들 - 김동률, 이적, 유희열, 엄정화 등이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라 더욱 즐거웠다. 그리고 ’상순’이란 이름은 책의 앞부분부터 꾸준히, 줄기차게 등장하면서도 그 정체를 쉽게 밝히지 않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이었다. 하긴, 상순이란 이름이 그리 흔한 건 아니니까. 그와의 앨범작업을 위해 파리로 온 그는 이책에 실린 정재형의 인물사진들 대부분 탄생시킨 숨은 공로자다.


사실 그의 글솜씨는 그의 음악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문장은 그리 매끄럽지 못하고, 이야기는 가끔 갈 길을 잃고 산으로 향한다. 음악 또한 시처럼 함축된 표현을 즐기기 때문인지 긴 글을 이어나가기에는 호흡이 조금 딸리는 듯하다. 게다가 오탈자도 간간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는 음악에 있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프로지만 글쓰기에 관해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마추어가 아닌가. 그런 까닭에 처음부터 화려한 글솜씨를 기대하지 않았고, 특별한 실망감도 없었다. 그의 소박한 일상과 음악이야기를 들으며,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의 글 속에 담긴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에 정재형과 함께 한 파리의 여행은 나름 즐거웠던 것 같다.







+ 군소리 

바이널에서 나온 책 대부분이 그렇듯 이책 또한 정말 예쁘다. 핸디북 크기의 반양장이지만 표지부터 속지 하나하나까지 감탄을 자아낸다. 다른 건 몰라도 ’예쁜책’에 있어서 만큼은 바이널(브이북), 좀 짱인 듯. 그러나 문제는 책이 예뻐지고 속지가 화려해질수록 책값이 올라간다는 사실. 이책 또한 마찬가지다. 정재형이란 프리미엄이 있고, 정말 눈독을 들일 정도로 너무나도 예쁜 책이지만, 책에 비해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살리기 위해 고급종이를 사용했고, 330쪽을 넘기는 훈훈한 두께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가격임엔 틀림없다. 또한 작너무 작아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예쁜책’을 위해서 이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 오탈자

- 73쪽 6째줄 : 몇 일 → 며칠
- 82쪽 맨밑줄: 요란해지v 책들을 보면 → 요란해지는, 정도가 아닐런지. 한타가 영타로 오타나 있는 경우는 완전 당황스럽다..;
- 115쪽 밑에서 4째줄 : 말이다." → 짝 없는 따옴표 : 아무리 찾아도 이 따옴표의 짝을 앞에서 찾을 수 없었다;;
- 118쪽 밑에서 9재줄: 바랬던 → 바랐던
- 131쪽 8째줄 : 요즘 통 먹질 안는다던 → 않는다던
- 179쪽 6째줄 : 제차 → 재차 (바로 아랫줄엔 ’재차’로 나와 있다;)
- 222쪽 5째줄 : 작년쯤 이었나 → 작년쯤이었나,로 붙여써야 하지 않을까? (띄어쓰기는 나도 자신없지만;)
- 222쪽 12째줄 : 고아 되요 → 돼요 (제발 더이상 이 단어의 오자를 책에서 만나지 않길 바랄 뿐!)
- 241 밑에서 8째줄 : 걱정 어린 염려를 → 걱정어린,하고 붙여써야 하지 않을런지..

☞ 책은 예뻤지만, 그속의 오탈자가 많이 보여 아쉬웠다. 그것도 단순 오탈자가;;







+ 주절주절, 하나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유희열이 그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음도’때부터 알아오기론 혈님은 90학번 71년생이다. 포털의 프로필에도 그는 71년생으로 나온다. 그런데 정재형은 프로필에 72년생으로 되어있다. 71년생 유희열이 72년생 정재형에게 ’형’이라고 부르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누가 속인 게냐? ...아무래도 ’형’인 것 같다. 크큭)




+ 주절주절, 둘

이책에는 정재형의 삽화들도 실려있는데, 그 실력은 풍경이 가장 으뜸이고, 그다음이 약도, 마지막으로 인물인 것 같다. 인물그림은 오래전 삽화집을 낸 유희열의 그림 솜씨를 연상시킨다. 그저 웃음만 나올 뿐. (한때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유희열의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은 지금도 소장중이다. 그러나 솔직히 함께 들어있던 연주CD 덕분에 책값이 아깝지 않았다;;) 그림 실력이 거의 유희열 수준이다!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다시 들춰본 그의 풍경그림들이 맘에 들어 이렇게 정정한다. 정재형, you win! (혈님 미안;)


+ 주절주절 , 셋

헤어라인의 양 끝이 올라가 대머리 총각이 될 위험에 처한 데다, 파리의 미용실에서 가지런히 잘린 앞머리 때문에 후배로부터 ’붐붐’ 같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들은 그의 이야기에 낄낄대었지만, 그 이야기가 실려있는 106쪽(↓의 사진)의 그의 모습이 책속 사진들을 통틀어 가장 멋졌다. 첫장의 노숙자풍 패션과는 180도 다른, 깔끔한 댄디보이! 그런 느낌이라면 붐붐이어도 좋을 것 같다. 하핫. ;)



☞ 문제의 홍보용 사진이자 책의 첫머리에 실린 사진.
상체만 나온 홍보용 사진으로 볼 때는 완전 ’노숙자 빠숑~’이었는데, 전체로 보니 좀.. 낫네;;


☞ 106쪽의 댄디보이 or 붐붐, 정재형.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근데.. 이 사진을 보는데 나는 왜 조규찬이 떠오를까. 꽤나 닮은 분위기. ^ ^


☞ 장난꾸러기 정재형! 저 나이에 저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냐규! ^ㅁ^
위의 사진과 같은 헤어스탈에 안경인데, 이 사진에서는 에릭의 향기가 살짝 느껴진다.
닮은 것 같지 않은가? 아님 말고;; ㅋㅋ






☞ 책의 앞장을 넘기는데 뭔가가 있다.
아뉘, 누가 낙서한 책을 보낸 거야? 하며 다시 펼쳐봤더니.. 그의.. 사인이다..! (몰라봐서 미안..;)
야홋~! 그의 자필 사인이 있는 사인본>



☞ 잡지라곤 거의 안 사보는 내게 우연히 잡지 하나가 굴러들어왔다.
잡지 이름이 <오뜨>란다. 첨 들어본다;;
대체 무슨 잡진고~하고 들춰보다 정재형 인터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앨범 발매, 에세이 출간, 6월 콘서트라는 빽빽한 일정에 잡지 인터뷰까지.. 지금이 그의 ’활동기간’이긴 한가보다.

인터뷰 중에 책이야기가 있어서 한 컷 찰칵!
책 읽으면서 ’고생 많으셨소, 그치만 재밌게 잘 살고 있구려~’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럼 제대로 잘 읽은 건가요? ㅎㅎ


☞ 잡지 인터뷰에 실린 사진. 헉, 책의 사진과는 또 다르다.
풀어헤친 단발머리, 약간은 우울해보이는 표정, 수염, 안경, 여전히 칭칭 감은 머플러까지..
어딜봐도 딱! 예술가 삘이다.

위의 장난스런 사진을 보다 이런 정색한 사진을 보니 적응이 잘 안 되는군.
무척이나 중후해 보이는 모습. 이제서야 그의 나이가 실감난다;;





☞ 어째,, 리뷰를 쓰다보니 포토리뷰가 되어버린 느낌.
책을 읽을 때보다 책을 되새김질 하는 동안 정이 더 들어버린 것 같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