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반듯하고 깍듯하며 사람 좋기로 소문난, 내로라할 만한 유행어 하나 없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개그맨 박수홍. 그가 책을 냈다, 그것도 요리책을! 요리책 제목이 <요리도 개인기다!>라니, 마지막 마침표까지 꾸욱 찍어주는 강렬함까지! 제목을 보고 있노라니 개인기에 한맺힌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하핫. 혼자 피식거리며 입꼬리를 올린다.

솔직히 나는 유명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책들에 약간의 편견을 갖고 있다. 유명 배우인 김혜자 님의 에세이 <꽃으로 때리지 말라>처럼 읽는내내 가슴으로 울었던, 깊은 감동을 받은 책들도 있지만 많은 책들이 그들의 유명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박수홍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이책도 처음엔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평소 박수홍의 성실한 이미지처럼 이책 또한 아주 성실하다. 최고의 요리책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의 인기를 등에 업고 대충 만들어낸 책은 아니다. 요리초보인 내겐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요리도 개인기다!>는 크게 5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식을 좋아해 자격증도 한식조리사를 땄다는 박수홍답게 요리책의 첫단락도 맛깔스런 한식으로 시작한다. 닭찜, 탕평채 등의 한식조리사 시험에 나왔던 요리로 시작해 우리의 식탁을 늘 지켜주는 밑반찬과 국물요리가 등장한다. 한식 요리에 이어 주말에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메뉴와 브런치, 샐러드와 샌드위치, 술-맥주와 와인-과 함께 하면 좋은 안주들, 특별한 사람을 위한 특별식 메뉴 등이 꼬리를 물고 소개된다. 한식을 기본으로 주전부리와 안주 등의 요리법이 담겨져 있다고 보면 무난할 듯 하다. 

또한 각 주제마다 그것에 대한 박수홍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활자화된 글로 읽는데 어째 그의 말투가 그대로 떠오른다. 책 속에서도 그는 예의바른 말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한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부분은 유명인의 책이기에 맛보는 또다른 재미꺼리다. 그의 이런 이야기들은 빼곡하게 이어지는 조리법 중간중간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박수홍의 <요리는 개인기다!>의 인상적인 특징 두 가지. 하나는 책속 곳곳에 넘쳐나는 그의 친절함(친절한 수홍씨!)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으로 직접 보여주는 요리과정다.

보통 대부분의 요리책들은 맛깔스런 완성요리 사진의 근사함에 비해 너무나 단순명료한 레시피를 제공한다. 핵심사항을 뽑아 정리하다보니 대게 몇 줄로 끝이 난다. 그리고 여백 부분에 따로 알아두면 좋을 팁과 응용요리 등이 실려있다. 그러나 나는 요리책을 볼 때마다 매번 너무 간단하게 정리된 레시피가 불만이었다. 몇 줄의 조리법에 의지해 요리를 완성하기엔 내가 너무 왕초보이기도 하고, 요리 과정 중의 의문사항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요리에 능숙한 독자라면 그 몇 줄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결혼 5년차를 넘긴 우리 언니는 몇 줄의 레시피만 보고도 뚝딱~ 음식을 만들어내 나를 놀래킨다. (맛은;;) 그러나 나같은 초보는 쉽지 않다.

이책은 단 몇 줄의 레시피가 못마땅했던 나같은 왕초보들의 불만을 무마시킬 자세한 설명들을 책의 구석구석에 포진해 두었다. 왼쪽은 여느 요리책처럼 완성된 음식 사진과 필요한 재료가 실려있다. 그러나 오른쪽엔 그만의 친절함으로 무장한 요리 과정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리 과정을 ’준비하기’, ’만들기’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why? how?라는 말머리를 달아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적어놓아 초보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남은 여백엔 ’수홍’s 초보탈출’이란 작은 코너를 두어 작지만 유용한 여러 팁들도 알려준다. 

그리고 뒷장엔 사진 레시피(?)가 나온다. 요리 과정들을 순서대로 사진으로 담아 정리해두어 그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다. 사진 밑에는 요리의 전체 순서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두었다. 이런 사진들이 요리에 별다른 도움이 안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요리과정을 이미지와 함께 보니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 좋았다. 마지막으로 쿠킹노트와 보너스 레시피까지 준비해주는 센스! 요리 초보들을 위한 그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요리들은 아주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투철한 실험정신이 깃들여진 것도 아니고, 폭넓고 다양한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그동안 많이 다루어졌던, 다른 요리책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맘에 드는 이유는 넘치는 친절함으로 아직은 요리가 서툴고 힘든 초보들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리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요리책을 그리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이제껏 내가 본 가장 친절한 요리책이다. 다만 독자의 실력에 따라 그 친절함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하려다보니 문장이 길어져 필요한 부분을 바로 찾기 힘들거나, 요리의 포인트가 눈에 잘 안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초보자를 위한 참 쉬운 요리백과’라는 이책의 부제가 붙어있는 이책은 짧은 몇 줄의 레시피에 불만을 품었거나, 요리 과정에 대해 이것저것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요리 초보자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박수홍 씨의 이야기가 궁금한 팬들에게도 물론 나쁘지 않다. 다만 초보를 탈출한 독자들이라면 직접 책을 들춰보시고 결정하시길 권장한다.


’준비된 신랑감’ 박수홍, 새해엔 그를 데려갈(?) 멋진 그녀가 꼭~ 나타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