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난 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통해서였다. 기이한 제목의 그책은 그의 개인적인 병상일기이면서 동시에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던 그가 막상 환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병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환자로서의 경험을 흥미롭게 써내려간 에세이였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었고, 그책을 통해 올리버 색스에 대한 관심이 조금식 싹트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기를 마다않는 그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여전히 나의 소망상자에 꿋꿋하게 담겨있는 책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동안 찜만 해두고 있던 그책 대신에 이번에 그의 신작 <뮤지코필리아>를 먼저 만나게 됐다. '뇌와 음악에 대한'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동했는데 글쓴이가 올리버 색스다. 망설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책이 생각보다 많이 두껍워서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책속의 여러 이야기들은 나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책장을 펼친지 얼마되지 않아 곧 각양각새의 흥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뮤지코필리아>는 언제나 즐거움을 줄 것 같은 음악 때문에 고통받거나 다른 기능은 떨어지지만 음악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거나 다른 기억은 잊었지만 음악에 관련된 기억은 잡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또 음악을 공감각적으로 인지하거나 반대로 음악을 소음으로 인식하는 실음악증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 일상의 음악들을 그저 당연한 것 중의 하나로 받아들였떤 나로서는 책속의 사례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더불어 그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뇌가 음악을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며, 반대로 그중 하나라도 손실되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음악이 가진 무한한 치유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디를 재생하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엔 늘 음악이 흐른다. 티비에서, 라디오에서, 길가의 상점에서, 하다못해 휴대폰 벨소리에서도 우리는 음악을 접한다. 라디오에서 들은 음악 한 곡에 그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우연히 머리속에 떠오른 선율 하나를 하루종일 흥얼거리기도 한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몇 곡 부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뻥~하고 날아갈 때도 있고, 용기를 주는 음악 한 곡으로 우울함을 떨쳐버리기도 한다.

이렇듯 음악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우리들은 그것을 통해 즐거움과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알고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늘 음악의 치유를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올리버색스가 들려주는 음악과 뇌의 흥미로운 이야기인 이책은 '음악'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이전보다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