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병률 님의 <서른살 경제학>을 재미있게 읽었고, 그 다음에 나온 <여자 경제학>도 나름 흥미로웠다. 이책에 눈길이 꽂힌 것 또한 바로 그의 책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번 책은 전작과 달리 드러내놓고 경제만 논하지 않는다. 물론 경제이야기다. 그런데 문화라는 아이콘에서 바라본 경제를 이야기한다. 게다가 딱딱한 책이 아니라 거기다 에세이 형식이다. 그러니 이책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막상 도착한 책을 보고는 조금 걱정이 됐다.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경제이야기는 여전히 내 영역이 아니다. 경제학자인 그가 쉽게 설명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까만 옷에 살짝 표지를 걸친 이책을 보니 요거요거~ 조금 어려워보이는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런데 웬걸!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엔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펼쳐들었으나 이내 책속에 푹 빠져들었다. 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잡은 채로 손에서 놓지 못하다니. 그것도 경제학 에세이를! 혼자 놀라며 이책을 끝까지 읽어나갔다.

저자는 맨 처음 뉴욕이야기로 시작한다.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인종의 거의 대부분들을 만날 수 있으며,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돈을 들여 찾는 곳, 바로 뉴욕이다. 그러나 그런 뉴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했지만 뉴욕은 문화적으로 런던이나 파리의 격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잭슨 폴록을 대표로 한 추상표현주의가 뉴욕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부상했고 그를 바탕으로 뉴욕은 문화의 도시가 되었다. 경제도시 뉴욕이 문화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 문화가 뉴욕을 먹여살린다. 세계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모이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저자는 문화를 통한, 이용한 경제의 핵심을 짚어낸다.

이책에서 저자는 문화와 경제의 상관관계와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문화를 이용해야 할지를 조목조목 짚어간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전혀 어렵지 않다.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저자는 나같은 문외한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쉽게 설명해준다. 이책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그동안 미처 눈길을 돌리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문화는 당장 눈앞에 이익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중에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 앞으로 문화에서 어떤 점을 뽑아내어 우리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가 시든 양상추가 있는 샌드위치가 아닌 딜리셔스 샌드위치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