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가장 기뻤던 일은 형수님의 임신이었다.
그리고 가장 슬펐던 일 또한 형수님의 임신이었다.
술 친구 하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음 달 초 조카가 태어난다.
30년이 넘게 변함이 없던 우리 가족의 머릿수에 형수님이 하나를 보태고, 이제 한 달 후면 또 하나가 추가된다.
실로 가슴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형수님께 드릴, 아울러 조카에게 도움이 될 만 한 무언가를 찾다가 역시 책만 한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 아기]는 수많은 경쟁작을 뚫고 당당히 뽑히게 된, 내 조카의 미래를 책임질 소중한 밑거름인 셈이다.

나 자신이 현재로선 결혼과 거리가 멀고, 아이와는 더더욱 먼 이야기인지라 이 지면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기술하기란 당연 역부족일 터.
허나 궁금함을 못 이겨 먼저 겉 비닐을 뜯고 책장을 훑어보면서 새삼 새 생명의 존귀함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매 페이지마다 큼지막한 아기 사진에 눈이 즐겁고, 그 수많은 아기들의 웃음과 울음,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살피며 나도 모르는 새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어린다.
시중에 나와 있는 상세한 육아 서적과는 분명 다르다.
무엇보다 동물학자라는 타이틀을 지닌 저자답게 아기의 행동과 표정 등을 통해 부모가 알아야 할 사항, 심리 등을 상세히 기술 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쉴 새 없이 꼬물거리는, 그 작은 생명을 이해하는 데 이만 한 갈무리가 또 어디 있을까싶다.

다만, 훗날 아이가 볼 것을 대비하여 책의 무게를 약간 줄이거나 모서리 등을 다듬었다면 더욱 가치가 빛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여 제본이 약간 꼼꼼하지 못한 점 역시 옥에 티라고나할까.


어쨌거나, 인간의 대부분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그 아이를 바르고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자기계발도 중요하고, 금융 상식도 훌륭하며, 재미를 추구하는 소설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지 않는가.
자신이 성인으로서 즐길 것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번 쯤은 자신이 아기었을 때를 상상하며, 세상 모든 아기를 이해하려는 시도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아기]는 그저 아기가 아닌, 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훌륭하고 존귀한 생명에 대한 보고서라 해도 가히 손색이 없을 듯싶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형수님게 이 책을 빌려 정독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부디 건강히 자라다오, 내 조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