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과 접목된 과학은 늘 친숙하고, 또한 신비롭다.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 그저 막연히 해왔던 일들에도 나름 숨은 과학의 원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면 머릿속이 환해진다.
더욱이 그것이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지식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의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따름이다.
하루종일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의 답을 부지불식간에 찾아냈을 때, 오래 전에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돈이 문득 떠올랐을 때, 잊어버린줄로만 알고 있던 애장품이 서랍 구석에서 보란 듯이 나타났을 때와도 견줄 만하다.

[거품의 과학]에는 이러한 지식과 깨달음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제와 그에 따른 명쾌한 해설이 연이어 반복되고 있다.
첨단 기기, 도시 교통망, 수많은 먹을 거리,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 제품, 기타 의식주 전반에 이르는 많은 것들.
우리가 늘 접하면서도 실상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 거품이 있다.
아울러 생명과학, 지구의 자연현상, 나아가 우주의 과학적 법칙에도 거품은 존재하여 우주의 근간을 이루는 일원으로써 맡은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티끌만 닿아도 금세 터지고, 채 닿지도 않은 손짓에 저 멀리 날리는, 그 여리디 여린 것에 어떻게 그런 방대한 힘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참으로 오묘하고 경이롭기 그지 없다.

[거품의 과학]은 거품의 무한한 실용성과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록 겉보기와는 달리 다소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실생활을 비롯해 수학과 물리학 등을 아우르는 참신함과 다양성은 그러한 우려를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앞서 예로 들은 우아한 거품 목욕이나 맥주와 거품의 상관 관계는 구태여 거론할 필요도 없다.
거품 구조를 띠고 있는 발포 플라스틱이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 지는 이제 더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거품의 구조적 특징으로 말미암아 28그램의 에어로졸 안에 있는 내부 면적이 미식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거나, 에어로젤 2.5센티미터의 차단효율이 보통 유리로 만들어진 이중창 10개를 겹친 것에 맞먹는다는 정도는 돼야 거품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그 밖에도 수없이 많은 것들이 널리 인류를 이롭게 하고 있다.
모두가 [거품]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서 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쓰임새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쓰임새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바로 거품이 그러하다.

자, [거품의 과학]을 통해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거품에 대하여 이해의 폭을 넓혔다.
단편적으로나마 거품의 쓰임새와 가치를 깨달았고, 또한 새로운 지식도 습득했다.
그 지식은 거품처럼 보드랍고, 포근하며, 풍성하다.
그리하여 곱씹으니 참으로 감칠맛이 난다.
어찌 아니겠는가.
애초에 거품이 달콤하게 생겼으니 그 속에 담긴 지식 또한 달콤한 게지.

어쨌거나 끝까지 맛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