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꿈꾸면 좋은 것들

언제나 그러하듯, 연말이 되면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든다.

그러다 새해가 되면 새 마음으로 다시 계획을 세우고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풋풋한 대학새내기 생활을 꿈꿨지만 생각만큼 추억도 열정도 없이 끝나버렸고 사회 속으로 바로 뛰어들어 여지껏 기계의 부품마냥 일 부려먹기 쉬운 사람으로 전락해버린 내 모습이 오늘따라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서른이 넘으면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영화 속의 잘 나가는 싱글녀 처럼 될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내 모습을 보면 그 상상은 거의 망상수준처럼 느껴질 정도다.

옛 시절 같으면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결혼도 하고 자식도 있을법한 나이지만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그런 사고방식은 구닥다리 자전거 취급받는 사고일 뿐이다.

서른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는 불안한 시한폭탄을 품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서로를 치고 올라가려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바보취급 당하는 세상이다.

눈치 빠르고  조금은 비겁해야 살아가기 편한 세상. 그 속에 나는 숨이 막힌다.

남들은 무얼 하며 돈을 버나? 무엇으로 승진을 하나? 무엇으로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나?

나이가 나이니만큼 결혼과 돈에 대한 화제가 대화의 주를 이룬다.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하면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우리는 아직도 길을 헤매고 힘들어하는 걸까?

머리가 복잡해지면 잠시 하던 일을 놓고 바람이라도 쐬고 돌아오면 한 결 마음이 가뿐해짐을 느낀다.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머릿속에서 두서없이 나를 괴롭힐 때도 많지만 그 문제들이 나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준이 아님을 깨닫고 나의 정신과 몸을 해치면서까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님을 깨달으면 의외로 불안감은 쉬이 물러난다.

사람이 숫자로 정의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무시해버릴 수도 없다. 더구나 나이의 앞자리 수가 바뀐다면 정신적으로도 좀 더 성숙해야 하지 않을까?

<서른 살에 꿈꾸면 좋은 것들> 이라는 책은 서른 살 뿐만 아니라 어느 나이대가 읽어도 분명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없다면 이 아름답고 신비한 세상도 의미가 없다. 남의 이목에 이리저리 입장을 바꿀 필요도 없다. 스스로의 소신 있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폭풍같던 청춘의 터널을 지나 인격적으로 한 층 성숙해지는 시기의 서른에 필요한 마음가짐, 생활태도, 나에 대한 존중 등. 작가의 담백한 문체로 서른의 모든이들을 위로해준다.

단 한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지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엄마의 위로처럼 눈물이 고인다.

글을 읽는 내내 그렇게 가시 세울 필요도 없는데,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상자속에 가두고 괴롭혔던 내가 안타까워 가슴이 아펐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나에게 좀 더 많은 기회와 사랑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이들은 행복해보이는데 난 언제나 슬프고 외로웠다.

원망도 했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헛주먹질 같은 행위일 뿐임을 깨달았다. 왜 진작 나를 돌보지 못했는지, 더 사랑해주지 못했는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서른, 소위 말하는 인생의 황금기.

진정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길 바란다.

나 역시 나를 멀리 버려두지 말고 언제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아끼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