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해진 사회라고 하지만 여전히 배고프고 외롭고 소외된 계층은 존재한다.

한 사이트에 게시된 사진 한장이 기억에 남는다. 호화롭고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세워진 고층아파트 옆에 자리한 판자집들.

우리시대의 빈부격차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사진이었다.

대기업에 취업되길 바라며 토익점수에 열을 올리고 몸매도 스펙이라며 온갖 다이어틀 방법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의 다른 방면에는 여전히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하루하루 어렵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열 두명의 독거노인들의 애환이 담긴 이 책은 독거노인 문제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전반적인 문제라 설명한다.

6.25전쟁, 일제치하 등 배경부터 불리하게 주어진 삶이지만 그대로 꿋꿋히 헤쳐나온 노인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가슴이 메어오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야기로만 들었던 전쟁의 참혹함, 배고픔의 고통. 하지만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자식들에게만큼은 가난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어르신들의 마음. 특히 여성에게 더 모질었던 교육의 기회.

비록 지금은 독거노인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그분들도 한 부모의 사랑스러운 자식이었고 아내이자 남편이었고, 자식들을 위해 건빵으로 끼니를 해결한 아버이지자 어머니였다.

위대한 삶의 개척자들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어르신들의 모습은 하루 벌고 먹고 살기 바쁜 독거노인이다.

대물림되는 가난의 고리를 끊어보려 부단히 노력해 보지만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노인이란 위대하다. 수 많은 인생굴곡 속에서도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가정을 지키며 버텨내 온 분들이다. 힘든 노동 마다않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운게 그 분들이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고 부유한 사람들 역시 늘어갔다. 하지만 젊음을, 청춘을 다 바친 그들은 독거노인이 되어 우리사회의 뒷방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좋은 직장에서 모아둔 돈으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독거노인들의 삶처럼 하루하루 힘든 여생을 보낼 수도 있다.

갈수록 노령화되는 사회에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전반적인 관점으로 독거노인들의 삶을 재조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굶주림과 외로움, 추위와 싸우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치열하게 살아오신 그분들의 삶을 동정하자는 게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면도 살펴보고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