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두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장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북한 포로 사이에서 통역을 하던 여자 통역사의 사진, 그리고  또 한 장은 전쟁 직후 미군 위문공연을 왔던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란다. 그 두 사진을 보고 소설을 구상해내다니..
"6.25를 배경으로 한, 그러나 완전히 다른 이 두 장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똑같은 질문을 떠올렸다.
‘이렇게 젊고, 아름답고, 꿈 많던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젊고 아름답고 꿈많던 여자들의 이야기 나와 마릴린...

마릴린

섹스심볼로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여럿의 스캔들과 우울증을 겪던 그녀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1954년 야구스타 조 디마지오와의 신혼여행 길에 오른 그녀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위문공연차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만인의 연인이길 자처한 마릴린은 결국 끝까지 누군가의 연인으로 남지는 못했다.  

그리고 앨리스

언제부터인가 김애순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앨리스가 되었다. 앨리스 J Kim .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다고 굳게 믿는 그녀. 미들네임 J 는 출제자만이 정답을 아는 문제라고 말하는 그녀.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어느날 홀연히 아무 예고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전쟁이 터지고 전쟁의 아비규환과 사랑에 대한 배신은 그녀를 신경안정제 없이 살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미군부대 타이피스트로 일하던 그녀는 먼로 방문에 통역사로 채택된다. 동시에 말없이 떠났다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난 배신과 음모로 뒤섞인 옛 사랑들은 이미 예전의 그 사랑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함께 하자던 말을 뿌리치고 홀로 서울에 남기로 하는데.. 마릴린과 헤어지면서 자신의 이름 J 를 유월 , 자신이 태어난 달이고 전쟁이 일어난 달이기도 했다는 잊을 수 없는 미들네임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소개. 스스로 자신의 이름 속에서 정체성을 찾은 그녀가 살아갈 미래 역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았으리라.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 속하는 작가가 풀어내는 전쟁상황 속 두 여인의 모습은 믿기 힘들정도로 생생하다. 전쟁 속에 그리고 사랑에 짓밟힌 여인들. 마릴린이 좀 더 앨리스 다웠다면 슬픈 마지막을 맺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루만에 하얗게 새어 버린 머리칼에도 아무렇지 않게 꿋꿋히 살아가는 일이 앨리스에게는 가능한 일이 었으니 말이다. 두 여자 모두 사랑에 희롱당하고 사랑을 희롱하던 사람들이었다. 세상의 모든 아픈 사랑을 생각하니 어쩐지 눈물이 난다. 그리고 역경 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여인들의 모습은 씁쓸한 위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