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수디르 벤카테시는 컬럼비아 대학교 사회학 교수로, 빈곤층의 경제 생활 및 사회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박사 과정 시절에 시카고의 마약 판매 갱단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경제 생활을 조사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시카고의 황폐한 공영단지 갱 보스와 친구가 되고,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을 그 주택단지에서 보내게 된다. 그는 컴퓨터에 들러붙어 앉아서 빈곤의 원인을 밝혀줄 조사자료의 유형을 찾아 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직접 그들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블랙킹스라는 갱단의 우두머리인 제이티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는 그들의 세계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사회과학적 접근 방법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다른 갱단이 와서 총을 쏴대거나 혹은 어떤 녀석들이 건물에 침입해 강탈을 해갔다고 쳐보자구. 그일을 누가 처리해 부겠어? 짭새? 짭새들은 이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아. 그래서 제이티와 킹스가 있는거야. p127

생각보다 자주나오는 말이 바로 이런 말들이다. 경찰과 병원 모두가 오지 않는 곳. 그래서 철저히 고립되어 있고 외부사회와 다른 식으로 권력과 이해의 관계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갱의 우두머리인 제이티와 주민대표로 여겨지는 베일리 부인의 횡포 (자신이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용품들을 제공하는 등의)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블랙 킹스를 확대된 가족의 일원이라고 믿는 지역 주민 사람들과 그들만의 생활방식은 그 역시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제이티의 허락으로 하루동안 갱단의 보스 역할을 해보기도하고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갱단의 모임에 참석하기도 하면서 수디르는 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교과서나 통계 따위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닌 실제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가 목격하고 있는 고통들이 사회학자들의 주택, 교육, 고용을 위한 추상적인 정책들로 바로 잡을 수 없음에 분노한다. 사회학자들의 반듯한 처방전에 비해 주택단지 안에 삶은 혹독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빈곤의 문제는 어쩌면 인류가 평생을 노력해도 풀기 어려운 과제 일런지도 모르겠다. 자기애에서 비롯한 소유욕을 결코 버리기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괴짜라고 불리워도 아깝지 않을만한 저자의 한 걸음. 우리에게도 이런 한 걸음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기록으로서가 아닌 체험으로서의 접근말이다. 무엇이 과연 빈곤을 위한 옳은 해결책이 될까? 한참을 무거운 생각에 가두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