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상당히 관심을 갖게 만드는 책이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보다 시크하게 보이도록 노력해. 언제나 자신감 넘치지만 오만하지 않은 남자. 대충 입은 것 같지만 사실은 세심하게 고른 옷을 자기만의 센스로 멋지게 소화한 남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에 대한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는 따뜻한 남자. 한마디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언젠가 한동안은 지금의 '엣지'라는 말처럼 '시크'라는 말이 트렌드가 되곤 했던 때가 있었다. 무심한 듯하지만 그보다는 세련이 넘치는..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태석이 바로 이런 캐릭터다. 외모도 주먹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뻑하는 강력계 열혈 형사. 오는 여자 안막고 가는 여자 또한 잡지 않는 나름의 카사노바 정신을 가진 그.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마약판매원이자 성형외과 의사인  변성수. 그런데 놈은 잘나도 너무 잘났다는 말씀. 반반한 외모에 체격과 체력 어디로도 달리지 않는 다는 거지. 게다가 태석의 컨셉이기도한 시크한 매력은 여자들을 열광시키기 까지 한다. 번번히 잡을 기회를 놓치고 나름의 수치심까지 유발하게 만드는 변성수를 잡기 위해 애쓰지만 그리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었으니...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는 구석이 없는 범죄자를 쫒고 쫒는데 들어가도 너무 깊숙히 들어 갔는지 생각치도 못한 살인사건까지 이어진다. 
배나오고 머리벗겨지기 시작한 중년의 파트너 병철과의 좌충우돌 호흡은 마치 투캅스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역경 속에서도 주인공답게 극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끝을 내는 소설. 
읽는 동안은 한상운이라는 작가의 뛰어난 말빨과 숨쉬기에 속도가 붙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커다란 반전이나 독특함이 있지는 않지만 구석으로 몰아내기는 아쉬운 책이다. (운명으로 맺어진 남녀는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어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운명의  빨간실을 말하며 언젠가 자신의 진정한 짝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나름 센티한 태석의 마지막 기원은 이루어 질까? 아마도 시크와 무심을 혼동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이리라..

삼성 입사 원서를 받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한 시간 넘게 줄을 섰다가 이십여 년 동안 꾹꾹 눌러온 짜증이 폭발해 이제 부터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겠다고 마음먹고 등단했다고하는  이 기상천외한 작가가 보여줄 후속작이 기대된다.

살아숨쉬는 듯한 캐릭터들이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