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되고 나서 생긴 걱정 중에 하나가 바로 밥상에 대한 걱정이다.

오늘은 뭘해 먹어야 할까?

매일 외식을 할수도 없고 엄마처럼 맛깔나는 반찬을 열심으로 해낼 수도 없는 솜씨인지라.

나름 열심히 요리책을 보기는 하지만 요리를 글로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더냐.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책도 제목만 보고 처음에는 요리레시피가 적힌 책인 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기대이상의 많은 우리 음식에 대한 상식을 넓혀주는 책이었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친근한 최불암 아저씨가 출연하던 프로그램이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각 지역별 음식과 맛을 소개하는 책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그것을 떠올리고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벌교의 꼬막, 흑산도의 홍어, 서천 쭈꾸미, 평창감자, 통영의 굴, 사찰밥상 등등..

30여년 서울에 살아온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지방 특유의 맛들을 궁금케 만든 책.

 

음식과 관련한 역사적 특성이나 유래와 같은 이야기거리는 특히나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유독 토영에 예술인이 많다는데 그 이유는 임진왜란과 관련된다고 한다.

이순신의 삼도수군통제령이었던 통영은 전쟁에 필요한 작전지도를 그리는 사람에서부터 병기를 만드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장인들을 불러들였던 곳이란다. 전쟁이 끝난 후 통영의 풍부한 먹거리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 통영에 남게 된 사람들이 많다는데, 이에 따라 예술적 유전자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

바다냄새, 풀냄새, 흙내음 가득한 자연을 담은 음식들.

지나치게 많은 먹거리에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식품들에 묻혀 진정한 한국인의 밥상 맛을 잊어가는 세대들에게

그리고 지난 날의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고 싶은 지난 세대들에게

맛있는 선물이 될 책이다. 

 

 

 

"한국인의 밥상은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이다.

어디선가 만나고 또 뒤돌아 가서도 다시 오게되는 둘레길.

지리산이 둘레길을 만들고 그 둘레 길이 사람들을 치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