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라는 과정은 여성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커다란 변화가 아닐까 싶다. 

밤낮으로 음식물을 게워내면서 빈속을 달래고 시간마다 화장실 출입을 하느라 밤잠도 설치고, 하지말아야 할 것들과 먹어서는 안될 수 많은 것들을 신경쓰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10개월 간 배 속에 자리잡은 알 수 없는 생명체는 내 단물이라면 단물이 되는 양분들을 거침없이 취하고 조금이라도 피곤할새라면 여지없이 경고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건 마치 내 생명을 위협하는 괴물 하나를 품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이것들을 모성애라곤 쥐똥만치도 없는 준비되지 않은 엄마의 푸념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나의 부정적인 생각은 완두콩만하게 자리잡은 눈사람만한 생명체를 확인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 심박동보다 빠른 우렁찬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그 떨림이란..몇 센티 되지 않는 이 생명체를 통해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고 또 한 때 태아였던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경외감까지 가질 수 있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우리의 건강, 기질, 취향,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자궁은 완전한 차단막이 될 수 있을까?

엄마의 우울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임신을 직접 경험한 사람은 임신과 관련한 수만가지 질문들로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오래된 금기들과 미신들까지.. "해서는 안된다.", "먹어서는 안된다."  참 말많은 부분이 바로 임신과 관련되어 있다. 책은 이런 많은 질문들에 대해 다양한 실험들과 역사적 사례들을 중심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태아에 대한 몰이해로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탈리도마이드 수면제와 DES, 알콜의 과다섭취로 인한 태아 알콜 증후군, 플라스틱의 비스페놀 A, 배기가스 등을 비롯해 초음파가 시작되기까지의 역사적 에피소드, 엄마의 심리상태에 관련한 문제들 등 임신한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매혹적인 임신연대기.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우리의 오리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묘하고 복잡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임신이 견뎌야 할 상태가 아니라 엄마로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하는 시기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 많은 선택에서 우리 모두 부디 현명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