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비 오는 날의 낭만을 당신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예전에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참으로 운치있고 누군가의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반가운 손님처럼 느꼈으나

지금에는 그저 축축하니 귀찮기만 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특히나 맞아서는 안될 산성비에 방사능까지 더해져 더더욱 말이다.

진실 vs 거짓

그런데 나와 당신이 알고 있는 빗물이야기는 사실과 달랐다.

교과서를 채우고 있던 심각한 산성비의 폐해보다는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샴푸의 폐해가 더 크다고나 할까?

서울대 빗물연구소의 한무영교수는 책을 통해 진정한 빗물의 참모습에대해 눈뜨게 만든다.

10여 년 동안 빗물모으기운동을 하며 빗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저자 한무영. 

우리가 갖고 있는 빗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이리도 많았던가?

“빗물이 산성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산성보다 더 강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훨씬 더 강한 산성이에요. 머리 감을 때 쓰는 샴푸와 린스 가운데 어떤 제품은 산성비보다 100배쯤 강한 산성도 있습니다. 시큼한 오렌지주스는 100배쯤, 콜라는 500배쯤 강한 산성입니다. 제가 일본에 갔을 때 다녀온 유황 온천의 물도 빗물보다 100배쯤 강한 산성이었어요. 그런데 예를 든 것들보다 아주 약한 산성을 띠는 빗물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거죠.  본문 중.

어떻게 쓸것인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빗물로 만든 생수를 판매한다. 이름하여 구름주스Cloud Juice.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맞는 것 조차 찜찜한 터에 빗물을 마시다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강한 산성비가 내릴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생각은 달라질까? 실제 서울대에서 치뤄진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 수돗물과 병물을 제치고 빗물이 가장 좋은 맛의 점수를 받았다고 하면 믿겠는가? 저자는 빗물의 활용은 물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뿐아니라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혜택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빗물을 식수로 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빗물연구의 일환으로  2006년 완공된 서울 광진구의 주상복합 건물스타시티는 빗물 저장 시설을 갖추고있어 빗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하기 때문에 물값을 따로 내지 않으며, 한강에서 물을 적게 끌어와 쓴 덕분에 에너지도 절약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현명했어요. 빗물을 받아서 썼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줄을 몰랐으니까요. 제주도에 가면 나무에서 빗물을 모으는 촘항이라는 것이 있어요. 또 제주도 옆에 작은 섬 우도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옛날에 빗물을 받아썼죠. 아직도 그곳에 가면 빗물통이 집집마다 있어요. 그런데 그 좋은 빗물을 두고 지금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상수도 시설을 했어요.”

저자가 제시하는 물소비와 관련한 세금정책, 대규모 시설이 아닌 소규모 시설들의 확충을 통한 빗물의 활용은 지구를 살리는 동시에 우리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빗물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은 우리의 인식부족과 정책적 지원의 부재를 아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