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소설에 빠져들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주인공 베로니카는 무섭도록 ’나 자신’과 닮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20대 여성들의 심리를 놀라울 만큼 정확하고 예리하게 묘사할 줄 안다.

베로니카는 젊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죽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자살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묻게 되었다.

"사춘기 시절, 그녀를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지금까지 무엇 하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거지? 내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하느라고.. "

  

미쳤다는게 도대체 뭐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남과 비슷하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또 남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유행’이라는 것도 생겨나는 것 같다.

소설에 의하면 미쳤다는 것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구분지어 ’정상인’이라고 한다.

베로니카가 정신병원에서 만난 3명의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코엘료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광기를 인식하고 그와 더불어 살아간다면 세상을 더 행복해 질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또 한가지, 역사적으로도 세상을 바꾸었던 것은 언제나 자신만의 세계에 살았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난 좀 더 미친 짓을 했어야만 했어" 

 

"언제나 똑같은 물을 품고 있는 연못이 아니라, 넘쳐흐르는 샘처럼 되라"

베로니카는 자신의 미래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죽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마찮가지 였다. 이제껏 연못처럼 되려고 노력해왔다. 그저 현재의 나에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내 앞에 나타날 변화와 내가 받게 될 상처를 언제나 두려워했다. 그러나 베로니카의 이야기를 통하여, 이제는 내가 정말 살아 있음을 매 순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꾸깃꾸깃 간직해 왔던 나의 꿈을 이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펼쳐보일 때가 아닐까? 나의 도전은 어쩌면 실패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실패는 그저 나를 조금 지치게 할 뿐이다.

"난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에뒤아르. 항상 저질러보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실수들을 저질러가며. 공포가 다시 엄습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기껏해야 날 지치게 하는게 고작일 그 공포와 맞서 싸워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