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책의 제목과는 달리 그렇게 주인공 오은수가 사는 도시는 그다지 달콤하지는 않았다.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 그렇다고 무엇하나 빠지는 것도 없어 보인다. 너무나 평범한 서른두살 노처녀.. 그녀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아직 30대는 아니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직장생활, 연애, 가족, 그리고 차가운 이 도시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들과 대응자세들.. 벽을 하나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 이웃집 여자의 얼굴 조차 모르는 은수는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오면서 시작되는 새로운 고독감을 캐치해 낸다.

"20대 후반을 지나오면서 종종 ’이미 너무 낳은 것들을 알아버렷어’라는 탄식을 뱉어내게 되곤 한다. 세상의 숨겨진 이치들을 이미 다 꿰뚫어버린 것 같지만, 실상 곰곰이 따져보면 내가 몸으로 직접 겪어낸 것은 별로 없다. 아는 것과 겪는 것 사이에는 분명 엄청난 간격이 가로놓여 있다."

나는 연애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연애소설이라고는 하나, 주인공들의 애정관계 보다는 그 삶과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과연 이 소설을 "그냥 연애소설"로 분류해버려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가볍지 만은 않은 이야기.. 그래 맞아~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소설, 마지막에 정거장에서 주인공 오은수가 내디디던 그 걸음이 독자인 나에게도 용기를 주었던 소설이었다.

"서른 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