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의 최근 작인 바람의 화원을 보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적인 살인,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마방진과 오행의 비밀.. 작가가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 어느 시대보다 왕권이 강하였던 조선전기 세종시절에 궁 내에서 왕의 학사들이 연쇄살인을 당하고 왕의 침전까지 자객이 들었다는 설정은 다소 과장되어 보이기는 하나, 이정명의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로 보아야 한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묄쐬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을 반포 이후, 한글을 사용하여 만든 최초의 책으로 알고 있다. 학창시절 그저 국어시간을 지루하게만 했던 이 한 문장이, 이 소설의 마지막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찡한 감동을 주었다.

한글은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그 기원이 분명한 세계 유일의 문자라고 알고 있다. 또한 그 어떤 언어보다 익히기 쉽고, 그 어떤 음성도 표현이 가능한, 과학적인 문자이다.

폴란드에는 세종대왕 학교가 있다고 들었다. 한글창제 업적을 높이 사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고 TV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유독 우리 나라 사람들만이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을 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이렇게 소중한 한글을 좀 더 잘 지키라는 뜻이 아닐까?

"세월에 따라 가지가 흔들리고 잎이 지더라도 뿌리는 영원한 것이오. 바람은 자기를 흔들고 계절은 잎을 물들이지만 그 뿌리를 침범하지는 못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