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정조시대, 그 시대의 두 천재 화원 김홍도와 신윤복

두 천재 화원이 남긴 그림들이 이 소설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게 된다.

한 시대에 태어나 서로 경쟁하고, 질투하고, 또 사랑했던 두 천재 화원 김홍도와 신윤복은 같은 주제 아래서 그림대결을 펼치는 한편, 10년 전에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함께 파헤치게 된다.

기존의 도화서 양식에서 벗어나, 백성들의 삶을 그리는 ’거리의 화원’이 되라는 정조의 어명아래 펼쳐지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대결은 그림에 문외한인 나 마저 가슴이 뛸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과연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를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특히 역사적으로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혜원 신윤복의 사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놓은 과정에서 그가 남긴 몇몇 그림들 만으로 그러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워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믿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은 소설이야, 허구야 하고 재차 나를 다스리며 읽어야 할 정도였다.

두 화원이 남긴 몇 몇 그림들만으로 작가가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정말 상상력의 승리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또한 10년 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 소설에 긴장감을 주어, 재미를 한층 더하게 하였다. 그러나 두 화원의 그림대결과 혜원의 그림으로 엮어낸 이야기들이 너무 흥미진진하여, 상대적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빛을 잃을 정도였으니 역사추리소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느껴졌다. 대중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이라는 이야기 소재에 묻힐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곧 드라마로도 제작이 된다고 들었는데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이산>과 비교해가며 보아도 좋은 책이다. 소설에 의하면 정조시대에는 색을 사용하는 것이나 여인을 그리는 것이 거의 금기시되어 있는데, 신윤복이 여인을 주인공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사용하여 도화서에서 물의를 빚게되는 대목이 나온다. 드라마 이산에서 여주인공 송연이 화사대회에서 안료가 망가져 채색을 할 수 없었던 내용이 떠올라 여인을 그릴 수도 없었던 시대에 다모의 신분으로 화사대회에서 안료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마음을 몽땅 빼앗겨 버린,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은 소설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너무나 생생하여 이것은 어디까지나 허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는 소설이다.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