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탈리아의 천유로 세대라는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크게 재미가 있다거나 감동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지만, 처절하리만큼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한국판 천유로 세대가 바로 88만원 세대이다. 천유로 세대가 그저 현실인식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그쳤다면, 88만원 세대는 전문가적 견해로써 이 시대의 경제학적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 사회의 이야기 이므로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었던 책이다. 

지금의 20대는 10대에 한국경제는 IMF라는 경제위기를 맞게 되고, IMF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과 세계적인 신자유주의가 결합되면서 탈 포드주의와 비정규직이 확산된 시점에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된 ’IMF 1세대’이며 ’포스트 포드주의 1세대’이다.  또한 20대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되는데,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평균비율을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평생 받게 될 것이다. 이에 ’88만원 세대’이다.

직업의 특성상 매일매일 많은 구직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4년제 대학 졸업에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토익점수가 900점이 넘는 구직자가 취업을 못하게 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는 이제 더이상 놀랍지 않다. 설사 정규직으로 채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386 세대가 그러했듯이 승진을 하거나 정년을 보장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영업의 기회는 김대중 정권을 끝으로 닫혀버렸고, 우리 세대가 자영업으로 성공하기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 보다 더욱 힘들다.

"자신의 이름조차 갖지 못한 세대. 즉 이들은 ’아무도 아닌 자’ 이다. 이들은 지금의 추세대로 가다간 산업화 이후 가장 빈곤할 세대이며, 가장 아픈 세대가 될 것이다. 돈도 없고 이름도 없는 비참한 세대! 스스로 이름 붙일 수 없다면, 이제 ’아무도 아닌 자’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어야 한다."

이탈리아의 천유로 세대와 우리의 88만원 세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천유로 세대는 적어도 자신들의  아픔을 스스로 표출하였다. 그러나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는 다른 세대가 대신 해주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그저 책을 읽지 않는 무식한 세대, 독립을 포기한 게으른 세대라고 비판받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아픔이 당신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현실이라고 말할 표현력도, 같은 세대끼리의 단결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금 88만원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들만의 ’바리케이트’와 자신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짱돌’이라고.. 그리고 88만원 세대가 다원성 1세대로 거듭나기를 당부한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지키는 바리케이드를 20대와 공유하지 않으려하는 현 시점, 20대도 어떤식으로든 더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지려고 할 필요가 있고, 그들의 요구가 조금이라도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도록 작은 짱돌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