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이중섭, 그대에게 가는 길>을 읽었다. 그 책의 개정 증보판이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이다.

 

 

 

 

그런 그림을 떠올리게 되면, 이중섭의 불우했던 삶이 함께 떠오른다.

천재 화가들 중에는 그가 살았던 시대에서는 명성을 얻지 못하여 힘겹게 살아던 이들이 많다. 이중섭 역시 추운 겨울에 불도 지피지 않은 방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살아야 했고, 하루에 한 끼는 기본이고, 요행 두 끼를 먹는 날이 있었다. 아니 그런 상황 보다 더 그를 외롭고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가족들과 헤어져 살면서 언젠가는 만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이리라.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직후까지 살았으니 (1916년~1956년), 그의 아내인 일본인 마사코와의 만남괴 그리워 함이 더 마음에 사무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중섭과 그의 아내인 이남덕과 주고 받은 편지가 많이 남아 있다. 편지 속에는 가족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절절히 쓰여져 있고, 어떤 편지의 경우에는 가족과 행복하고 단란한 하루를 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중섭이 남긴 그림들은 비교적 많은 편인데, 캔버스에 유화로 그리기 보다는 종이에 구아슈로, 시험지나 합판에 펜, 또는 못을 사용해서 그린 그림들도 상당수 남아 있다. 화가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를 살 돈이 없었기에 이런 것들에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는데, 특히 양담배갑의 은종이에 그린 그림은 약 300 점이 남아 있고, 뉴욕 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도 있다. 

그를 민족화가, 국민화가라고 칭하는 것은 아무래도 향토색이 짙은 소재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중섭은 소를 많이 그린 화가이기도 한데, 황소, 싸우는 소, 흰 소, 소, 그리고 길떠나는 가족에서 처럼 그림 속에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가 소를 그린 이유는 분노하는 소를 통해 자화상을 그렸다고 한다.

 

아내와 두  아들 (태현, 태성)을 그리워 하는 마음은 가족과 아이들이 등장하는 그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물고기와 아이들, 가족과 어머니, 사나이와 아이들, 닭과 가족, 가족과 비둘기, 춤추는 가족, 길 떠나는 가족....

그중에 길떠나는 가족이 눈에 밟힌다. 이중섭 자신과 아내, 두 아들이 이렇게 소를 몰고 안락한 집을 찾아 가고 싶었으리라.

 

또한 이중섭의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 닭, 게 등을 통해 향토색이 물씬 풍김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에는 이중섭이 아내에게,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아내가 이중섭에게 보낸 편지 등이 소개되는데, 서로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며칠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이 책은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개정판이기에 김춘수 시인의 시와 미술평론가 이경성의 '이중섭 예술론', 그리고 이중섭과 유학시절에 만나서 그의 마지막을 지켜 보았던 구상의 글이 함께 실려 있어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중섭의 그림 90점이 실려 있어서 그의 예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