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백과사전을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만화로 그려낸 책이다.

베르베르는 열네 살 때부터 비밀노트에 그 스스로 떠올린 영감과

흥미로운 이야기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해석들을

차곡차곡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보면 정말 독특한 사건들,

흥미로운 사건들이 계속된다. 어른이 봐도 조금 난해하지만 빠져드는

책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이 비록 만화로 되어있지만 초등 5학년인 우리 아이가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이는 이 책이

배달되어 왔을 때부터 5번을 거듭 읽은 후에 나에게 책을 넘겨

주었다. 읽는 내내 우습다고, 재밌다고,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나에게

책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베르베르씨의 이야기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임신'파트이다.

고등 포유류의 경우, 완전한 임신 기간은 보통 18개월이다. 특히 말의 경우가

그러해서, 망아지는 태어나자 마자 걸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해서 나온다.

그런데 인간의 태아는 머리통이 아주 빨리 자라기 때문에 9개월이 되면 어머니

몸 밖으로 나와야 한다. 따라서 태아는 아직 완전히 발육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나오는 셈이다. 그래서 생후 첫 9개월 동안 신생아가 혼자서 살 수 없고,

혼자 돌아다니거나 혼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노인은 자기 생애의 마지막 아홉 달을 보내면서 마치 스스로를 출발점으로

되돌리듯이 자기의 지식과 늙은 살가죽에서 벗어나 생후 얼마 동안의 성장

과정을 역으로 되밟는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노인은 아기나 다름없다.

죽을 먹고 기저귀를 차는가 하면, 이가 빠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며,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기들을 생후 9개월 동안 보살펴 주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면서도, 노인을 생애의 마지막 9개월 동안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공감가는 말이다.

 

아이가 이렇게 깊게 빠져드는 책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창작책은

한번이나 두번 읽으면 끝이었고, 두꺼운 책은 억지로 한번만 읽는 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읽고, 여러번 읽었다.

때로는 어려운 단어들에 대해 내게 묻기도 했고,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우리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래서 엄마로서 늘 걱정을

했었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씨를 생각하면 아이의 이런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이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한다. 앞으로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씨의

많은 작품들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출간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