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책장 비우기를 하면서 읽어본 책은 버릴 건지 안버릴 건지 쉽게 결정할 수 있는데 읽지 않고 받아만 둔 새책들이 꽤 많아서 소장인지 폐기인지 결정하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저자인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가 온다' 같은 저작으로 이미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은 저자라서 허무맹랑한 자기계발서는 아닐 거라는 기대도 어느 정도 있었고.

린치핀은 바퀴와 살을 이어주는 고정핀 같은 걸 뜻하는 말로, 서로를 연결해주는 핵심,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용어.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때 공장(생산 라인 뿐 아니라 회사까지도 포함)에 출근하여 점점 더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그러나 그 일을 하는 개인은 기계의 부속이 되는 삶의 방식이 시작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음을 주장하면서,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부속이 아니라 없으면 안되는 린치핀으로 살기를 촉구한다.

취업 규칙이 요구하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고 있지 말고, 자신의 일을 예술의 경지로, 자기와 만나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라고 말한다. 그런 일은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훌륭한 태도라는 것은 겉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그 일을 돋보이게 하는 법이다.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이력서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스펙을 보고 뽑지만 막상 뽑아놓으면 '일을 잘한다'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일을 안하려고 뺀질'거리고 규정 뒤로 숨어서 최소한의 것만 떼우듯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일이 가면 절대 피드백이 오지 않는 이른바 '블랙홀'들. 반대로 일하는 것만 봐서는 잘 몰랐는데 온갖 부서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고 그 사람을 통하면 잘 모르는 부서 사람과도 함께 일할 때 어색하지 않고 그런 연결고리가 되어 주는 사람들도 있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쪽일까.

예전에 학교 앞 웬디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나도 린치핀이었던 것 같다.

대학원 가기 전까지 불과 서너달 한 거였지만, 점장과 어린 알바들을 이어주는 사람이었고 매장에 온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려고 매뉴얼과는 상관없이 내 재량으로 적절한 대응을 잘 해내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회사에서의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나는 이상하게 내가 그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에 따라 무척 다른 성격을 보인다.

내가 나서야 하는 것이 분명한 자리에 가면 확실하게 다른 사람을 케어하고, 리더십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심지어 일본 관광객 대상 가이드를 할 때는 쉴새 없이 관광객들에게 조잘거리고 그들을 웃겨가며 투어를 했으나, 딱히 그런 임무가 요구되지 않는 자리(지금과 같은 문서 업무를 하는 자리라든가)에서는 나의 그런 성향들을 일부러 꺼내들지 않는다.

회사에서 나는 맡은 일을 문제 없이 처리하기는 하지만 매년 커리어 평가할 때마다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좀 더 두루 사귀라는 코멘트를 듣고 있으며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말도 별로 없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려(워보이는)운 책을 읽고 있고, 가끔 비탈길을 올라오면서도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조용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로고 규정에 따라 안된다는 소리 까칠하게 하고 말이다.(나도 닳고 닳아서 요즘 이쪽 영역은 잘 안하는구나.)

그래서, 구체적으로 일을 하면서 예술의 경지로 하고, 자기와 마주치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다는 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물으면, 이 책이 딱히 답을 주지는 않는다.

지도를 넘어서 행군하라고 촉구하는 책이 지도를 제시할 리는 만무하다.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느냐', '한번 뿐인 인생 그렇게 부품으로 살 거냐'라는 따끔한 채찍이다.

내 자리에서 어떻게 예술의 경지를 이룰 수 있을지, 나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살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옷을 만들어서 막 뿌리는 건가?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책을 버릴거냐고?

그것도 고민 좀 해봐야겠다.

좋은 학교는 당신이 린치핀이 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꼭 린치핀으로 만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p49

세상에는 이처럼 수많은 린치핀이 있다. 단순한 이력서에 기입하는 내용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작품이 바로 린치핀이 제시하는 이력서다... 위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기업가가 아니다.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조직 내부에서 거의 익명으로 일하는 상황은 이제 끝이 나고 있다. 인터넷은 어디에서든 개개인이ㅣ 하는 일에 빛을 비춰준다. 불과 몇 년 만에 일어난 거대한 변화다.

(중략)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내가 원하는 결과, 나에게 필요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바꿔라.

그렇다면 검색 결과는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실천하기, 관계 맺기, 베풀기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과도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인터넷에 띄워라.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올려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참고하고 인용하도록 만들라.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라. 그러면 사람들이 자신을 인용하고 자신의 웹사이트에 링크를 걸 것이다. 이로써 자신에 대한 검색 결과를 바꿀 수 있다.

p111

이부분에 대해서, 나는 반반이다.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웹으로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고 싶기도 하다.

야생동물이 야생의 행동을 하는 것은 도마뱀뇌가 그렇게 시키기 때문이다. 도마뱀뇌는 단순히 개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몸에 실제로 있다. 우리 몸의 척수 맨 윗부분에 있다. 도마뱀뇌는 생존을 위해 싸운다. 물론 생존과 성공은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도마뱀뇌 때문이다.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예술을 하지 않는 이유다. 일을 마무리하고 문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이유다. 도마뱀뇌는 저항의 원천이다.P159

저항은 학교를 사랑한다. 학교가 순응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더 순응할수록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위로할 것이다. 저항은 그런 상황에 만족을 느낀다. 학교가 사람들을 틀 속에 끼워 맞추는 곳이라면 저항은 즐겁게 동의할 것이다. 학교가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시간, 위험으로 자신을 내모는 시간을 늦춰주는 곳이라면, 저항은 학교를 떠나지 않고 영원히 머물고 싶어할 것이다.P169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아... 나는 창의적이지 못한가봐."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나는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나쁜 아이디어는 떠올라요?"

10명 중 8~8명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나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라. 그러면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놀랍도록 쉬워진다. 형편없고, 서툴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나쁜 아이디어를 기꺼이 떠올리지 않는 한 창조성에 관한 수만권의 책을 읽어봤자 소용없다.

저항은 나쁜 아이디어를 몹시 싫어한다. 위험을 무릅쓰거나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느니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가? 스스로 나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훈련을 하라. 나쁠수록 더 좋다. 나쁜 생각을 더 많이 할수록 좋은 생각이 슬며시 미끄러져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P175

무척 획기적인 아이디어인 것 같다.

실험보조원은 지시받은 일을 한다. 과학자들은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궁리한다.(중략)

인간의 게놈을 처음으로 해석한 크레이그 벤터는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바로 린치핀이 필요한 이유다.P273

린치핀에게는 권한이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권한은 공장에서나 중요하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변화가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변화는 중간 지역이나 때로는 후방에서 일어난다. 진정한 변화는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한발 나아갈 때, 위험으로 느껴지는 것을 감수할 때 나타난다. 사람들은 명령한다고 따르는 것이 아니다. 따르고 싶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