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가의 [대한민국 원주민]을 숙연하게 읽은 그날, 나는 점심시간에 낄낄대며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웬 만화냐며 의아해하는 옆자리 동료에게 무조건 책을 찔러주며 ’일단, 읽어’.할만큼 강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내가 재미있었다고 남에게 권하지는 않는 인간형인 내가 말이지.

 

전액장학생은 아니었지만 간간이 혹은 종종 이런저런 명목의 장학금을 받았고, 그런 돈은 흔쾌히 ’니가 받은 것이니 니가 쓰렴’,하신 부모님 덕분에 생계형으로 벌지 않으면 안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매달 받는 용돈으로는 학교 식당 이외의 곳에서 밥을 척척 사먹을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아니었기 때문에 (특히 대학 고학년이 되었을 때) 차암, 뭔지 알 것 같은 이야기.

 

자기 친구들을 캐릭터화해서 잡아낸 설정이 공감도 가고, 회사 절친이 가끔씩 잡아내는 우리 회사 괴짜들의 캐릭터도 떠오르면서 [회사인간열전]을 반드시 쓰도록 옆구리를 좀 찔러봐야겠단 결심이 부르르 ㅋㅋㅋ

 

특히 이 사슴 캐릭터는 완전 명물.
당돌한 이 강아지의 발언하며

이에 답하는 엄마개의 비장한 표정.

부유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고 들어오면서 데이트가는 길에 잠깐 집앞에 버려두었던 자신의 자아와 맞닥뜨리는 이런 장면은 좀 비장하기도 하고.


이 작품이 그의 전세자금이 되어 지금은 훨씬 기름기 도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작가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가난이라면 모르겠지만 흔히 얘기하는 궁상 수준의 가난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방식일 뿐이다...나는 30년 동안 궁상 수준의 가난에 대해 그다지 괴로워 해 본 적이 없고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조금 더 두둑한 지갑이 주는 편안함을 가져봤지만 그 편안함으로 인해 이전의 생활을 다시 상종 못할 것으로 안녕해 버릴 생각도 없다. 나는 다만 지갑의 상태와 관계없이 하고 싶은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분명, 이 시절은 그의 경쟁력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내 아이에게는, 이런 류의 경쟁력이 혹은 생존력이 얼마나 잠재되어 있을까, 문득 생각해 본다.

물론 그 잠재된 경쟁력이 필수불가결하게 발휘되어야만 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올해 카드빚(카드대금을 저는 이렇게 불러요.ㅋㅋ)을 청산하려는 나의 원대한 계획을 제대로 실천해낸다면, 나에게도 어느 정도 경쟁력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