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사건을 만나야 눈이 빛나는 셜록 홈즈.

보통 사람들이 풀어내지 못하는 사건을 척척 풀어내는 모습은 너무나 멋지게 느껴지지만

그런 극적인 사건이란 그리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 법.

일상의 평화를 견디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부러운 마음은 싸악 사라진다.

천재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자족할 줄 아는 능력이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CSI를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범인들은 왜 꼭 한정생산된 신발로 자국을 남기고 담뱃재만 척 보면 브랜드를 알 수 있는 담배를 피울까.ㅋ

 

사건을 단서를 중심으로 거꾸로 풀어가자면 막막하지만 저지르는 쪽에서는 매우 논리적이고 단순한 인과관계를 통해서 나오는 결론에 따라 행동한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남들처럼 사춘기 때 추리소설을 읽었으면 진작 알았을 것을...

 

그러니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은 마음속으로 먼저 살인사건을 일으키고, 그것을 거꾸로 훑어가며 단서를 흘리고 그것을 다시 역추적하는 것이겠지...

이러다 이 전집을 다 읽고 나면 추리소설 습작에 들어가는건 아닌가 몰라.

 

"이 사건은 자네 혼자 해결한 거야. 그런데 나는 이 일을 통해 아내를 얻고 존스는 영예를 얻네. 그런데 자네한테 남은 건 뭐지?

"나한테 남은 건......"

셜록 홈즈는 말했다.

"코카인일세."

그러면서 희고 긴 손을 그쪽으로 뻗었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슬프게 느껴진다.